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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용 블로그

씬/22 회상 - 성무집 거실 (밤)


선미와 윤희가 현관 앞에 신발을 확인하는 모습에


수봉 (E) 신발도 그대로 있었어요. 


씬/23 회상 –  성무집 마당 + 성무집 화장실 + 성무집 앞 (밤)


화면 분할로 화장실을 열어보는 수봉, 정원 수풀 뒤를 살피는 선미.

집 앞 차 안을 확인하는 윤희 


수봉 (E) 그래서 어디 쓰러지셨나하고 집 안팎을 다 뒤졌죠. 


씬/24 성무의 작업실 (낮)


수봉 근데 흔적도 없더라구요. 이상하죠?

연주 (진짜 이상하다) 이상하네.. 많이 이상한데.

수봉 (말 해놓고 겁먹는) 경찰에 신고할까요?

연주 (판단이 안 선다, 일단) 아직 24시간도 안됐잖아. 좀만 기다려보자.

너무 심란해서 잠깐 머리 식히러 나가셨을 수도 있지.

수봉 한밤중에 말도 없이요? 것도 맨발로요? 돈도 안 갖고? 핸드폰도 없이?

연주 (그 말에 겁이 나자 더 우기듯) 야 아버지도 사람인데~ 10년이나 그려온 주인공하고 이별하려니까 섭섭하셨겠지 안 그래?

수봉 선생님이요? 섭섭하시긴요. 아주 징글징글하다고 죽이고 싶댔는데.

연주 누굴 죽여?

수봉 (낮게 일러바치듯) 강철이요. 엔딩에 강철을 죽이신댔다구요.

연주 (?! 뜻밖의 말에 뭐라 하려는데)

수봉 (책상 위에 놓여있던 커다란 액정 태블릿을 켜며) 누나만 봐요. 이거요.


태블릿 켜자 성무가 작업하던 그림이 뜨며 환해지는.

한 남자가 선홍색의 피를 흘리며 장소도 모호한 어두운 바닥에 쓰러진 장면이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어둠 속에 남자의 얼굴 잘 보이지 않고. 


연주 (보자마자 눈이 커져) 뭐야 이게..? 

수봉 강철이요. 보세요 죽었잖아요.

연주 (버럭) 왜? 왜?!! 우리 강철이가 왜 죽어?!

수봉 (토로할 상대가 생겨 반가운) 그러니까요. 우리 강철이가요! 말이 안 되죠~

연주 (믿을 수 없는) 진짜 죽었다고?

수봉 봐요 피. 피를 저렇게 쏟고 어떻게 살아요?

연주 (황당하다, 순간 아버지 일은 잊고 그림만 뚫어져라) 

수봉 우리가 얼마나 반대했다구요. 진짜 선생님 말씀에 토 한번 단 적도 없었는데 이번엔 결사반대했어요. 선미는 막 울기까지 했다구요. 근데 선생님 고집이 진짜.. 하.. (고개를 저으며) 무조건 죽이신다는 거예요. 처참하게 죽여주겠다고. 그게 일생 소원이라고.

연주 (....!)

수봉 이거 뜨면 인터넷에 난리가 날걸요. 다들 범인 잡아 복수하고 끝나는 거 기대하고 있을텐데 복수는커녕 개죽음 당하니.

연주의 시선에 그제야 그림 속 검은 실루엣의 누군가가 들어왔다.

칼을 들고 쓰러진 강철을 내려다보는 누군가. 범인임이 분명했다.


연주 저게 범인이야..? 누군데?

수봉 (고개 젓는) 우린 몰라요. 말 안 해주셨어요.

연주 (....!)

수봉 여기까지 그리시다 사라지신 거예요. 

연주 (그림을 보며) 막상 죽이자니 갈등되신 거 아냐?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려고..

수봉 (단호히) 아닐걸요. 얼마나 의지가 확고하셨는데요. 


씬/25 회상 – 성무의 작업실 (밤)


수봉, 살짝 문을 열고 성무의 방을 들여다본다.

스탠드 불빛 아래 작업 중인 성무의 모습.

성무, 펜으로 액정 태블릿에 직접 그림을 그리고 있는 모습.

쓰러진 강철의 장면에 붉은 피를 채워 넣으며 미소 짓고 있는 성무의 모습이 보이고.. 수봉, 흠칫하는 표정. 성무, 입가에 묘한 비웃음을 짓고 있다.


수봉 (E) 분명히 웃고 계셨어요.


씬/26 성무의 작업실 (낮)


수봉 아주 즐거워하셨다니까요. 

연주 (점점 미궁으로 빠지는 기분) 왜..? 왜 주인공을 죽이면서 즐거워 해?

수봉 모르죠. 선생님 속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연주 .... (문득) 혹시 말이야.. 이 만화 극성팬들 많잖아. 어디서 엔딩이 이런 걸 주워듣고선 사이코 광빠가 아빠를 납치한 거 아냐? 

수봉 (눈 똥그래지는) 미저리처럼..?

연주 그래, 미저리! 미저리도 광빠였잖아?

연주/수봉 (서로 잠시 쳐다보며 점차 의혹이 확신이 되는)

수봉 누나 그럼..!

연주 (마음 급해지는) 안 되겠다. 경찰에 신고하자 느낌이 안 좋아.

수봉 (!!)


씬/27 성무집 거실 (낮)


선미와 윤희, 심각하게 수군거리는데 수봉이 문을 박차고 튀어나온다.


수봉 핸드폰 어딨냐!!

선미 왜 왜? 뭐 찾았어 오빠?

수봉 경찰에 신고해야 돼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씨! (급히 112 누른다)

선미/윤희 (겁먹어 보는)

 

씬/28 성무의 작업실 (낮)


연주, 갑자기 초조해져 어디서부터 뭘 해야 할 지 모르겠는.

핸드폰을 책상 옆에 놓고 잔뜩 갈겨진 메모를 살펴보다 삐죽 나온 엽서의 메모가 눈에 들어온다. 엽서를 들어 보면 아버지의 익숙한 필체로 적힌 메모.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 


연주 (중얼)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


연주, 뭔가 하고 뒤집어보면 그림엽서.

고야의 그림, <아들을 잡아먹는 사르트누스>가 프린트 된.

광기에 가득 차 인간의 육신을 씹어 먹는 미쳐버린 신의 모습에.. 아버지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


성무 (E) 잡아먹히느니 잡아먹겠다.


연주, 음산한 감정을 일으키는 그림을 들여다보는데 이때 연주의 등 뒤, 여전히 켜져 있는 액정 태블릿의 만화 속, 쓰러진 남자의 선홍색 피로 범벅된 손을 그린 선이 얼핏, 움직이는 듯 보인다. 등지고 있는 연주는 전혀 모르고.. 

쓰러져 있는 남자의 손이 분명히 다시 꿈틀하고..!

연주, 다른 메모를 집으려고 발걸음을 옮기다 멈칫..!

뒤에서 뭔가 잡아당겨서 더 나아갈 수가 없다.

의자에 옷자락이 걸린 줄 알고 무심코 손을 뒤로 해서 옷깃을 잡아 빼려다 섬뜩한 기분에 굳는 연주. 자신의 손에 잡힌, 옷자락이 아닌, 물컹하고 뜨거운 느낌. 연주, 순간 뒷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손을 천천히 앞으로 내밀어 손에 묻은 걸 본다. 선명한 붉은 색의 피. 

영문을 알 수 없는 선홍색 피가 연주의 손에 묻어있고..!

연주, 심장이 얼어붙는 기분으로 몇 초간 망설이다 두려움에 떨며 뒤를 돌아보고, ....!! 피에 젖은 손이 연주의 옷자락을 잡아당기고 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 강인한 젊은 남자의 손이다.. 라고 느끼며 연주, 놀라 소리를 지르려는 순간, 남자의 손, 연주를 강하게 잡아당기고..! 

연주, 비명 지를 새도 없이 순식간에 프레임 아웃되는

카메라, 팬 하면 바로 직전까지 서 있던 연주 자리에 아무도 없다.

들고 있던 그림엽서는 바닥에 떨어져 있고.  


씬/29 호텔 옥상 (밤)


기절해 있던 연주, 차 빵빵 거리며 지나가는 소리에 번쩍 눈 뜬다.

연주의 시야에 검은 밤하늘이 들어오고.. 

잠시 멍하던 연주, 그제야 번쩍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나 앉는다.

난데없는 낯선 풍경. 어두운 밤, 어딘지도 모를 건물의 옥상 구석에 누워있다.


연주 뭐...야..? 


어리둥절한 연주, 당황해 뭐가 뭔지 모르겠는.

가까이 보이는 N 타워의 불빛으로 미루어 남산에서 가까운 건물의 옥상이라는 것만 알겠고..


연주 (황당한) 여기가 어디야..? 내가 왜 여깄어..?


연주, 갑자기 무서워져 벌떡 일어나 출구를 찾아 가려다 멈칫. 

발끝에 뭔가가 걸린다. 연주, 아래를 내려다보고 ....!!

한 남자가 바닥에 쓰러져 있다.

청바지에 심플한 티셔츠 차림이나 셔츠는 마치 원래 붉은색이었던 것처럼 보일 정도로 피로 물들어있고. 남자는 어둠 속에 마치 죽은 것처럼 보이고..


연주 (놀라 순간 뒷걸음질쳤다가 잠시 후) 이봐요..?? (조심스레 불렀다 대답이 없자 깨우는) 이봐요! 정신 차려요! 내 말 들려요?! 


대답 없자 연주, 의사의 익숙한 동작으로 오른쪽 귀를 남자의 코에 대고 가슴을 보며 숨을 쉬고 있다는 걸 확인한다. 이어 경동맥을 짚어보는

어두워 잘 보이지 않으나 셔츠 여기저기 찢어지고 그 사이로 찔린 상처가 보이고 급해서 손으로 칼을 막았던 듯, 손바닥에도 깊은 자상이 있어 피가 낭자하고....!

연주, 상태 대충 확인하자마자 바로 핸드폰을 찾는데 주머니에 핸드폰은 없고 

구겨진 명함, 껌, 천 원짜리 몇 장만 나오는.

연주, 남자의 바지 주머니를 급히 뒤지는데 핸드폰이 나온다.

핸드폰을 걸려고 하는데 지문 락이 걸려있고. 남자의 손을 집어 엄지손가락 지문을 찍어보는데 피가 엉켜있어서인지 양 손가락 다 안되고.


연주 하 씨...!! (핸드폰 내던지고, 의식 없는 남자에 대고) 좀만 버텨요!! (출구를 찾아 냅다 뛰어간다)


씬/30 비상구 계단 (밤)


옥상 문을 열고 내려온 연주, 어디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급히 내려가는


씬/31 주방 뒤편 복도 (밤)


쓰레기와 주류 상자들이 쌓여있는 좁은 복도. 요란한 음악소리가 멀리 들려오고. 연주, 문이 발견하고 급히 뛰어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