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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용 블로그

본 대본의 저작권은 KBS 사극 드라마 추노에 있으며 저작권 문제시 본 포스팅은 수정 및 삭제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서삼릉 가는 길 /

대길 일행이 힘차게 말을 달리고 있다.

왕손이는 설화를 뒤에 태운지라 마냥 즐겁다.

최장군 말에는 주모가 달아준 닭 두 마리가 덜렁거리고 있다.

 

서삼릉 /

서삼릉에 서있는 대길 일행.

무성하던 잡초가 많이 사라지고 그나마 깨끗해진 상태다.

최장군이 잡풀 몇 개를 집어본다.

 

최장군 풀이 마른걸 보니 떠난 지 한나절 반은 지난 듯한데.

왕손이 그나저나 귀신이우. 여기로 올 건 어떻게 알았수?

대길 소현 세자랑 청나라서 8년간 살았으면 정이 들어도 보통 들었겠어?

왕손이 그렇다고 저 죽을 줄 모르고 여기부터 찾아와?

대길 원래 양반 피를 가진 것들이란 곧 죽어도 명분을 찾기 마련이니까.

흩어져서 찾아보자고.

 

대길 일행이 서삼릉 일대를 뒤지며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기 시작한다.

모든 것이 귀찮은 설화는 말 뒤에 매달린 육포를 꺼내 뜯어먹는다.

한참을 찾더니 대길이가 뭔가 으깨진 풀을 찾아 입에 넣어본다.

그러다 인상을 쓰고 뱉어내더니 최장군을 부른다.

 

대길 최장군.

 

최장군 오면 으깨진 약초를 준다. 입에 넣어 맛을 보더니 역시 인상을 쓰며 뱉는다.

 

대길 골쇄보 맞지?

최장군 그러네. 상처를 입었나 보네.

대길 그러니까. 그 날 내가 거의 다 이겼었다니까?

최장군 이걸 붙인걸 보면 어지간한 상처는 아닌 것 같은데?

대길 (지도 펼치더니) 멀리는 못 갔을 거야. (지도 톡톡 치며) 여기.

최장군 거길?

대길 이만한 부상으로 먼 길 못 갈거니 가다가 치료를 하건 요기를 하건 무조건 들리게 돼있어. 게다가 외길이잖아.

 

이쪽은 작전회의로 바쁜데 저쪽에 있는 왕손이는 설화를 추근덕 거리느라 바쁘다.

 

왕손이 설화야, 내가 비록 공맹의 도리는 모르지만 음양의 이치는 제법 많이 깨우쳤거든?

어때? 오늘 밤. ?

설화 그게 그렇게 하고 싶어?

왕손이 허리끈 풀고 격조 없이 놀아보자고. ?

설화 알았어. 오늘 밤 언제?

왕손이 (은근히 다가서며) 언니들 잠들면 내가 깨울 테니까,

설화 근데 나 달거리 하는데 그래도 좋아?

왕손이 에이 씨.

대길(OS) 왕손아 가자.

 

대길 목소리가 들리자 설화가 쪼르르 달려가더니 대길 말에 먼저 오른다.

 

대길 , 니가 왜 여길 타. 쟤랑 같이 가라니까.

설화 저 오라버니 이상해. 말만 같이 타면 여기저기 막 만져.

왕손이 (대길과 최장군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면) , 내가 언제? , , 진짜, 이야, 너 웃긴다. ? 내가 뭘 만져?

 

하지만 대길과 최장군 눈빛은 왕손이의 결백을 믿지 않는다.

 

산사 아래 산길 /

말을 타고 달리는 대길 일행. 왕손이의 눈빛이 곱지 않다.

보면 설화가 대길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달리는데, 대길이 풀려 해도 손을 놓아주지 않는다.

 

산사 대웅전 /

혜원과 명안스님이 마주앉아있다.

둘 사이에 놓인 놋쇠 그릇에 물이 가득하고, 날이 잘 선 작은 칼이 놓여있다.

 

혜원 시작 하시어요.

명안스님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혜원 후회는 이미 많이 했어요.

명안스님 연은 닿는 대로 맺어지고 푸는 대로 풀리는 것입니다. 머리를 자른다고 그저 끊어지는 것은 아니지요.

혜원 스님. 이제 더 이상 속세에는 미련을 둘 곳이 없답니다.

정인을 죽게 만들고도 따라가지 못했으니 그분께 평생 사죄하며 살아야지요.

명안스님 삼라만상이 불법에 따라 움직인다 하나, 부처님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습니다.

결국 사람의 일은 사람이 하는 것입니다.

혜원 성불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해탈을 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구요.

그냥... 세상이 무서워서 도망쳤으니 부처님 전에 거두어 달라 부탁드리는 겁니다.

명안스님 나무관세음보살...

 

결국 일어서는 명안스님. 혜원 뒤로 간다.

곱게 땋아 내린 머리를 잡고 잠시 망설이더니 이내 머리카락에 칼을 댄다.

설화가 합장을 하며 두 눈을 감는다.

 

산사 아래 산길 /

말을 달리는 대길.

멀리서 산사 추녀가 보이자 말을 멈추더니 내린다.

 

대길 여기서부터는 걸어가자고. 시간 맞춰야지.

 

대길이 휴대용 해시계를 꺼내면 최장군과 왕손이도 춤에서 해시계를 꺼낸다.

시계를 한 곳에 모으고 방향을 맞추면 바늘 끝 그림자가 어느 눈금에 붙어있다.

 

대길 유시, 오각에 최장군은 북에서, 왕손이는 남에서, 나는 동쪽에서 치자고.

무예를 익혔으니 섣불리 덤비지 말고. 알았지?

(설화 보며) 넌 말 데리고 천천히 올라와.

설화 그럼 얼마 줄 건데?

대길 엄마 찾아 줄게.

 

설화가 입을 삐죽거리고, 대길 일행은 일제히 방향을 나누어 숲으로 사라진다.

혼자 남은 설화가 말 세 마리 고삐를 모아 쥐며 투덜거린다.

 

설화 나쁜 놈... 십 년 찾아도 못 찾은 엄마를 지가 어떻게 찾아준다고...

찾아 줄 거면 진짜 찾아 주던지...

설화, 괜히 슬퍼서 코를 훌쩍거린다.

 

산사 대웅전 /

설화는 합장한 채 고개를 약간 숙이고 있고, 명안은 설화의 머리카락에 칼을 댄다.

 

[인서트] 빠른 속도로 산길을 달리는 대길.

 

땋은 머리의 시작 부분이 잘리고, 머리가 풀어지며 짧은 단발머리가 된다.

평온한 표정의 혜원. 하지만 눈물을 흘린다.

 

[인서트] 산사로 뛰어 들어오는 누군가의 발.

 

날이 잘 서 시퍼렇게 보이는 칼날이 혜원 이마에 닿는다.

막 머리를 밀어내려 하는데, 대웅전 문이 거칠게 열리고 불량스러운 목소리 들린다.

 

소리(OS) 스니임!

 

돌아보면 백호가 막 대웅전 안으로 들어서는 중이다.

 

백호 남의 집 처자 머리를 함부로 밀면 아니되지요.

 

혜원은 각오를 하고 있던지라 미동도 않고, 명안 역시 놀라지 않고 합장을 한다.

검객들이 혜원 앞으로 가서 군례를 올린다.

 

백호 아씨. 나리께서 일각이 여삼추로 기다리고 계십니다.

혜원 돌아가세요.

백호 모셔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혜원 가서 전하세요. 이미 불가에 의탁한 몸이라고.

백호 고집 피우시면 억지로라도 모시겠습니다.

혜원 (차가운 목소리로) 내 몸에 손 끝 하나라도 댄다면 이 자리에서 자진할 것이다.

 

도저히 말로는 안 통한다.

검객들이 서로 눈짓을 하더니 혜원을 양쪽에서 잡아 일으킨다.

 

혜원 놓아라. 감히 누구를 끌어내려 하느냐. 놓지 못할까.

 

혜원이 거칠게 몸을 뒤틀지만 남자의 힘을 이길 수 없다.

대웅전 밖으로 끌려 나가는데,

 

산사 대웅전 밖 /

혜원을 끌고 가던 검객들이 멈칫한다.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는 한 남자, 송태하다.

 

 

백호 비켜서라.

송태하 여자를 힘으로 제압하는 것은 사내가 할 짓이 아니오.

백호 그대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집안일이다. (혜원 끌며) 가시지요 아씨.

집안일이란 말에 비켜서는 송태하.

검객들이 혜원을 끌고 송태하 앞을 지나간다.

혜원을 바라보는 송태하. 혜원이 끌려가며 송태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혜원 도와... 주시어요.

 

기다렸던 말이다.

송태하가 검객1의 어깨를 잡는데, 검객1이 번개 같은 속도로 돌아서 송태하를 공격한다.

하지만 이내 송태하에게 급소를 맞고 쓰러지며 칼을 뺏긴다.

칼을 뽑으려는 백호. 하지만 미처 발검도 끝나지 않은 사이에 송태하가 칼등으로 백호의 뒷목을 친다.

순식간에 두 명을 잠재운 송태하, 그렇다고 혜원에게 섣불리 다가가지는 않는다.

 

송태하 괜찮습니까.

혜원 또 신세를 졌군요.

명안스님 떠날 땐 군인의 복장이더니 오실 땐 농민의 복장이 되었습니다.

송태하 사정이 그리 되었습니다.

명안스님 속내는 모르겠으나 속히 피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누군가 말을 끌고 오는 것 같으니... (송태하 놀라 두리번거리면) 늙으면 귀만 밝아지는가 봅니다.

송태하 감사합니다 스님.

명안스님 어디로 가려 하는지요.

송태하 (잠깐 고민하다) 충주로 가려 합니다.

명안스님 서쪽 절벽 아래 나루터로 내려가는 샛길이 있습니다.

길은 험하지만 내왕이 없는 터라 안심은 될 겝니다.

강만 넘어가면 충주까지는 사나흘 거리지요.

 

하지만 돌아서지 않는 태하. 혜원도 머뭇거리는데,

 

송태하 낭자를 수소문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혜원 알고 있습니다.

송태하 집안일이라 하니 끼어들 바는 못 되지만, 다시 사람들이 찾아올 겁니다.

혜원 아마도... 그러겠지요.

송태하 그럼 이만...

(돌아서 몇 걸음 걷다가 다시 혜원을 본다) 같이 가시겠습니까?

 

혜원, 대답 없이 입술만 깨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