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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용 블로그

본 대본의 저작권은 KBS 사극 드라마 추노에 있으며 저작권 문제시 본 포스팅은 수정 및 삭제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여각 앞, 초가집 교차 /

대길의 앞을 막고 있는 설화.

대길을 조준하고 있는 업복.

불타는 심지 너머 총구 끝에 걸려있는 대길의 머리.

골목 어귀에서 걱정스러운 눈으로 숨어 보는 홍춘이.

그리고 대길과 설화의 눈싸움...

 

대길 안 비켜?

설화 못 비켜.

대길 둬라. 우리가 돌아가지.

 

말 머리를 돌리는 대길.

순간 대길의 시선에 초가지붕 위에서 밝게 타들어가는 불꽃이 보인다.

동공이 일시에 확장되는 듯하더니, 말 아래로 몸을 숙이는 대길.

동시에 방포 소리가 들린다.

 

총알이 삿갓을 뚫고 대길의 이마를 스친다.

삿갓은 날아가고 대길은 말 아래로 떨어진다.

눈을 크게 뜨고 허공을 응시하는 대길... 잠시 후, 눈을 좌우로 돌린다.

더 이상의 위험은 없는 듯하다.

대길의 시선으로 최장군과 왕손이 들어온다.

 

최장군 대길아!

왕손이 언니! 언니!

대길 (침착하나 빠르게 명령) 북쪽으로 백 보 정도, 초가지붕 위.

최장군은 왼쪽으로 돌아 치고, 왕손이는 오른쪽으로 포위.

 

훈련 잘 된 군사처럼 대답 없이 재빠르게 좌우로 갈라져 기동하는 최장군과 왕손.

설화가 잔뜩 긴장된 표정으로 대길 옆에 쪼그리고 앉는다.

 

설화 오라버니, 괜찮아?

 

대길이 긴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는다.

 

최장군과 왕손의 추적, 업복이 탈출 교차 /

2-1. 초가집

업복이가 빙긋 웃고는 총을 거두고 초가지붕을 내려온다.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면 끝봉이가 사다리를 치워준다.

마당에 받쳐놓은 지게 위에 나뭇짐이 가득하다.

화승총을 나무에 넣고 지게를 지고 일어서는 업복이.

 

2-2. 저자거리 A

최장군이 전속력으로 골목을 달리면서도 연신 좌우를 살피고 있다.

 

2-3. 저자거리 B

거리를 달리는 왕손이.

막다른 길에 다다르자 야마카시를 하는 것처럼 담을 뛰어넘는다.

길로 가지 않고 연이어 담을 넘어 가로지르는 왕손이.

 

2-5. 저자거리 A

달려가는 최장군과 나물바구니를 든 홍춘이가 서로 지나친다.

멀어지는 최장군을 돌아보며 빙긋 웃는 홍춘이.

 

2-6. 저자거리 B

왕손이가 담을 타고 넘어 거리로 착지하면 나뭇짐을 진 업복이가 탁배기라도 한 잔 걸친 사람처럼 흥얼거리며 지나간다.

업복이를 의심하지 않고 다시 뛰는 왕손이.

작대기로 지게 다리를 치며 궁초댕기에 박자를 맞추는 업복이.

 

업복이 궁초댕기 허 단장하고 신고산을 넘을 때는

한아름 꽃을 안고 웃으며 가리라

무슨짝에 무슨짝에 부령 청진 간 임아~

신고산 열두 고개 단숨에 올랐네

 

2-7. 초가집 앞

초가집 앞에서 만나는 최장군과 왕손이.

서로 빈손인걸 알고 허탈해 하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어느 곳이라 집어낼 수 없게, 주위는 온통 초가집 뿐이다.

 

2-6. 저자거리 C

업복이와 홍춘이가 만난다.

서로를 보고 미소를 짓는 두 사람. 다정하게 걸어간다.

 

여각 : 대길의 숙소 /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최장군과 왕손, 설화.

주모는 대길은 뒷전이고 최장군 옷자락만 잡고 불안한 눈으로 바라본다.

마의가 솜뭉치로 피를 찍어내고 알 수 없는 약초를 바른다.

 

마의 천만 다행이네. 조금만 비껴 맞았어도 대가리에 맞바람 통했을 텐데.

대길 뭘 할 줄 알고 하는 거요?

마의 사람 대가리나 말 대가리나 똑같아. 칼 맞으면 찢어지고 총 맞으면 구멍 나고.

(붕대 감는데 자꾸 흘러내린다) 이게 왜 잘 안 되지? 말에 묶을 때는 잘 됐는데.

대길 관두쇼.

마의 잠깐 있어보래두.

싫다 하는 대길에게 억지로 붕대를 감아주는 마의.

손을 탈탈 털고 만족스러운 얼굴로 대길을 본다.

 

마의 다 됐네. 한 사나흘 약초만 제 때 갈아붙이면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해 질 거야.

두 푼 반일세.

대길 뭐가?

마의 뭐가라니? 치료를 받았으면 돈을 내얄 것 아닌가.

대길 ~ 그거? 내야 되나?

마의 내야지!! 자고로 치료비랑 노름돈은 앉은 자리에서 주고받는 법여.

대길 ~ ?... 법이라... 마의가 사람 치료하면 국법에 어긋나는 거 모르우?

곤장 쉰 대 맞고 절도에 노비로 떨어지는 게요.

마의 ~! 밥 해주고 뺨 맞는다더니.

대길 괜히 내 목숨 살렸네 어쩌네 떠들구 다니지 마시우. 고을마다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 물고를 놀테니.

마의 이런 지미럴! 순 구두쇠 자린고비에 개 망나니 같은 놈을 봤나.

에라이, 평생 추노질이나 해 처먹을 놈 같으니.

 

마의가 막소리를 지껄이며 나가고, 주모도 눈치를 보고 일어서다 최장군에게 소근 거린다.

 

주모 험한 일 그만 하세요. 주막 하나만 있어도 먹고 살기는 지장 없는데...

최장군 어흠, ...

주모 제가 가슴 졸여서 못살겠어요.

왕손이 (끼어들며) 졸일 가슴이나 있나. 딱 봐도 삶은 계란 두 개 붙어있는걸.

 

주모가 왕손에게 눈을 희번덕거리며 밖으로 나간다.

 

김진사 집 앞 /

집 앞에서 초조하게 기다리는 개놈이.

업복이와 홍춘이가 보이자 얼른 달려온다.

 

개놈이 어찌 되었나.

업복이 대가리에 구녁 났을 거래요. 딱 꼰줘서 (이마 가리키며) 여길 쐈으니.

개놈이 욕 봤네.

업복이 이런 건 손 안대고 코풀기래요.

개놈이 장하네. 장해. 입단속, 몸단속 잘 하고 조심하게. 어여 들어가 어여.

빨리 가라 손짓을 하는 개놈이. 둘 다 만면에 웃음이 가득하다.

홍춘이가 멋진 사내를 보는 눈길로 업복을 바라본다.

 

여각 : 대길의 숙소 /

여유만만한 대길이와 달리 최장군과 왕손이는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대길 왜들 죽을상이야? 칼도 수십 번 맞았는데 겨우 총 한 방 비껴간 것 가지고.

왕손이 총이랑 칼이랑 같으우?

대길 뭐가 됐건 제대로 맞으면 가는 거고 설피 맞으면 사는 거지.

설화 나 때문에 살은 줄 알아. 말머리 안 돌렸으면 총 놓는 거 못 봤을 거 아냐.

최장군 (다들 설화 말 무시하고) 누구 짓일까.

설화 누구긴. 포한 진 놈들이 그랬겠지.

왕손이 그런 놈들이 한둘이야지. 얼추 잡아도 기백은 넘을 텐데.

설화 오라버니들 나쁜 짓 많이 했구나?

최장군 천지호는 아니겠지?

대길 그럴 궁량이 못되지.

왕손이 저자를 뒤집어서라도 추달을 해야겠수. 뒤가 근지러운데 맘 놓고 추노질 하겠수?

대길 뒤집어놓든 엎어놓든 다 좋지만 난 오늘부터 반죽은 목숨이니까 그리 알아들.

죽을똥 살똥 하는데 살아나도 사람 구실은 못한다, 그렇게 소문을 내란 말야.

마의랑 주모도 입단속 시키고.

최장군 놈들을 안심시키고 추달을 하자는 겐가?

대길 아니, 추달은 나중에 하고 추노를 먼저 해야지. 은자가 닷 근인데.

최장군 목숨이 중한가 돈이 중한가.

대길 돈 없는 목숨은 목숨이 아녀.

일단 내일 저자를 한바탕 엎어놓고 몰래 빠져나가 중화참이나 들자고.

최장군 어디 짚이는 데라도 있나.

대길 의심나는 곳이 하나 있긴 한데.

설화 나두 나두.

(대길 등이 의외의 눈으로 바라보면) 내 생각엔, 나쁜 놈들이 총을 쏜 것 같애...

 

뭔가 대단한 것을 생각하기라도 한 듯한 설화의 표정...

기가 막히다. 대길 이하 모두 설화의 말을 무시해버린다.

 

최장군 의심나는 데가 어딘데?

대길 연전에 널다리 객점에서 들은 얘긴데, 저 아래 쇠돌이네 수철점에서 은밀이 총포를 만든다던데.

최장군 쇠를 치는 것들이니 돈 되는 거면 뭐든지 하겠지.

왕손이 추노를 하건 추달을 하건 언니가 결정하는 대로 하겠지만, 우선 긴히 할 말이 있수.

대길 뭔데?

왕손이 우리, 그동안 모은 돈 깨끗하게 나눕시다.

돈 관리는 언니가 다 하는데, 이러다 고태골로 가면 우리만 빈 손 터는 거 아뇨.

최장군 왕손아.

왕손이 (횡설수설 시작) 내 말은, 대길이 언니를 못 믿겠다는 게 아니라, 이러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고, 아니, 꼭 죽는다는 얘기는 아닌데, 안 죽는다고 보장할 수도 없잖우. 막말로 세상에 믿을 사람이 어딨어. 부모형제 지간도 입 닦으면 남인데. 안 그래들? ? 뭔 말인지 알지?

대길 모르겠는데?

왕손이 아니 그걸 왜 몰라?

설화 내 생각엔,

대길 넌 좀 조용히 하고.

왕손이 내 말뜻은

대길 너도 입 다물고.

 

좌중을 조용히 잠재우는 대길. 목소리 쫙 깔고 왕손이를 부른다.

 

대길 왕손아.

왕손이 , 언니.

대길 밥 먹자.

왕손이 (불쑥 화를 낸다) 에이 씨, 진짜...

 

대길이 빙긋 웃는데, 최장군은 여전히 굳은 얼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