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극 연기 연습 ] 추노 2화 대본 1~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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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변 갈대 숲 / 낮
서로를 향해 달려가는 태하와 대길.
태하는 언월도를 등 뒤에 두고, 대길 역시 예도를 역으로 쥐어 서로의 칼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의 몸이 스쳐 지나면, 잘린 갈대들이 하늘 높이 솟아오른다.
대길의 어깨에서 가슴까지 길게 옷이 갈라지고 피가 비친다.
놀라 눈이 동그래지는 대길.
예도를 정방향으로 고쳐 잡고 기합 소리와 함께 몸을 돌린다.
벌써 태하는 대길의 눈앞에 와있다.
다시 한 합이 지나고 대길은 가까스로 월도를 막아내며 서둘러 몸을 뺀다.
대길이 물러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치고 들어오는 태하,
월도가 대길의 허리를 가르며 들어오는데, 대길은 물러서던 다리에 힘을 줘 옆근두질을 하며 가까스로 피한다.
태하는 돌아서며 처음처럼 월도를 역으로 쥐고 흩어지지 않은 자세로 서고, 대길은 예도 끝으로 송태하의 목줄기를 겨누고 선다.
대길 다리를 절지 않았던가?
송태하 다리를 절지 않음을 알고 있었을 텐데. 그래서 날 미행한 게 아닌가?
대길 살려서 데려가기는 힘든 놈이군... 죽이기 전에 한 가지만 물어보겠다.
(언년이 용모화를 꺼내 보여준다) 이 여인을 아는가?
송태하 칼 든 자는 말을 아끼는 법이다.
번개 같은 속도로 월도를 수평으로 휘두르는 송태하.
언년이의 용모화가 반으로 잘린다.
대길도 물러서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송태하의 월도가 대길의 예도를 부딪쳤다 떨어지는 동시에 몸을 돌려 칼을 역으로 쥐고 대길의 배를 찌르는데, 대길이 근두질로 태하를 넘으며 태하의 얼굴을 걷어찬다.
둘이 조금도 밀리지 않으며 싸움을 이어가는데, 태하의 공격은 날카롭고 대길의 수비는 춤을 추듯 흥겹다.
대길은 예도를 공격의 무기로 사용하지 않고 오직 월도를 막아내는데만 쓰면서 틈이 있을 때마다 발차기로 그의 급소를 노린다.
대길의 택견 동작이 몸에 붙으며 팽팽한 일전이 치러지는데, 태하가 얼굴을 얻어맞고 쓰러진다.
찰나의 순간을 노려 예도를 휘두르는데 월도로 막아내며 몸을 굴려 일어서는 태하. 다시 둘 사이에 간격이 벌어진다.
한편, 최장군은 다른 관노들을 모두 붙잡아 오라를 지우고 있다.
그 때 갈대숲으로 달려오는 사람들의 발이 보인다.
그들의 시선으로 태하와 대길의 결전 장면이 보인다.
태하와 대길이 맞붙어 싸우다가 갑자기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린다.
그 순간, 화살이 빗발치듯 날아와 둘이 싸우던 자리에 고슴도치 바늘처럼 박힌다.
하늘을 바라보는 대길과 태하, 다시 화살이 날아오자 몸을 날려 피한다.
갈대 숲 끝에서 천지호와 만득이 등 십여 명이 그들을 향해 화살을 먹이고 있다.
태하와 대길은 이미 몸을 감춰 보이지 않지만, 갈대숲 여기저기를 향해 벌터질을 하듯 쉴 새 없이 화살을 쏘아댄다.
만득 언니, 이러다 대길이 죽는 거 아뉴?
천지호 활을 죽으라고 쏘지 살라고 쏘나? 빨리들 멕여!
연신 화살을 날리는 천지호와 일당들.
갈대숲에 숨어 이리저리 몸을 굴리는 대길과 태하 옆으로 수없이 화살이 박히고, 태하는 눈 먼 화살에 어깨가 꿰인다.
박힌 화살의 중동을 부러뜨리고 갈대 숲 어딘가로 사라지는 송태하.
신나서 활 질을 하던 만득이가 누군가의 발차기에 턱을 맞고 엎어진다.
최장군이다.
천지호가 최장군에게 활을 돌리는데, 시위를 놓을 새도 없이 최장군의 단봉에 얻어맞는다. 무리 중간에 들어가 이놈 치고, 저놈 때리고, 그놈 엎어뜨리고, 요놈 자빠뜨리며 바쁘게 진압을 하는 최장군.
여각 : 대길의 숙소 / 낮
요를 깔고 누워있는 대길.
태하와 일전으로 입은 상처 말고도 여기저기에 찔리고 베인 오랜 상처가 수도 없다.
상처에 찧은 약초를 발라주는 최장군. 대길이 고통에 인상을 쓴다.
최장군 대소 수십 전에 그런 놈은 처음이군. 무예를 제대로 익힌 놈 같던데.
대길 익히기는 뭘. 어깨 너머로 몇 수 배운 솜씨던데.
최장군 근데 그렇게 고전을 하나?
대길 누가 고전했다구 그래? 거의 다 이겼는데 화살이 날아와서 그렇지.
최장군 천씨네도 추노를 시작한 것 같은데.
대길 (몸 일으키며) 언니구 뭐구 다 필요 없어. 아예 물고를 내야지.
최장군 (말리며) 누워있게. 꼬리 사리는 강아지는 때리지 않는 법이네.
대길 도대체 그런 법들은 다 누가 만드는 거야? (가슴에 통증) 아...
얼굴 찌푸리며 눕는 대길. 그 때 문이 왈칵 열리며 왕손이가 쏟아지듯 들어온다.
눈물범벅에 호들갑을 떠는 왕손이.
왕손이 아이구 언니, 이게 무슨 꼴이요. 이렇게 가면 우리는 어떻게 살라고,
(대길 흔들며)언니, 정신 좀 차려, 언니~
대길 아! 아!!
상처부위고 뭐고 가리지 않고 대길 몸을 마구 흔드는 왕손이.
대길이가 비명을 지르다 왕손이 머리를 쥐어박는다.
왕손이 언니, 안 죽었구나. 고마워...
왕손이는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안도하지만 대길이와 최장군은 기막힌 표정이다.
왕손이는 뭘 하다 급하게 왔는지, 바지는 자기 것이지만 윗도리는 여자 저고리 차림이다.
왕손이는 뒤늦게 자기 옷차림을 발견하고는 잊었다는 듯 황망하게 일어선다.
왕손이 마저 끝내고 올 테니 몸조리 하쇼.
(나가다 돌아보고는) 죽지 마요 언니.
나가는 왕손이. 대길이 피식 웃는다. 최장군도 일어선다.
대길 어디 가게?
최장군 한 놈 못 잡았잖아. 어떤 놈인지 알아봐야지.
밖으로 나가는 최장군.
홀로 남은 대길, 상반신을 일으킨다.
머리맡에 놓인 언년이(이하 혜원)의 용모화. 반으로 갈라져 있다.
용모화를 바라보는 대길.
문방구 / 낮
방화백이 잘린 용모화를 옆에 두고 오만상을 쓴 채 혜원이의 용모화를 다시 그리고 있다.
방화백 (그리다 말고) 근데, 이 얼굴이란 게 말야,
화대 위에 툭 던져지는 엽전 몇 냥.
방화백이 입을 딱 닫고 다시 붓을 놀린다.
점차 윤곽을 잡아가는 얼굴... 대길이 용모화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혜원의 집 별당 / 낮
전 씬 언년의 용모화가 혜원의 얼굴로 바뀐다.
무표정한 얼굴로 앉아있는 혜원.
누군가의 손이 혜원이 얼굴에 연지곤지를 붙인다.
카메라 빠지면 여종들이 혜원이의 신부 단장을 해주고 있다.
방문에 드리워진 발 너머로 먼 하늘을 바라보고 혼주 큰놈이(이후 이사과).
노비 시절의 모습은 없고 늠름하고 당당한 풍채다.
혜원은 화사한 신부 얼굴이지만 전혀 즐겁지 않은 표정으로 눈을 내리고 있다.
그녀의 손에 들린 다 낡은 호박 노리개...
이사과 조반은 들었느냐.
혜원 예 오라버니.
이사과 만혼이다. 책잡히기 쉬우니 가서 시부모 공양 잘하고 남편 잘 떠받들어 모시고... 아들 딸 많이 낳고... 행복해라.
혜원 예...
이사과 ...다 잊었느냐.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는 혜원.
혜원의 과거 : 대길의 집 부엌 앞 / 밤
전 씬 호박 노리개를 들고 문설주 뒤에 숨어 혜원을 보고있는 대길.
혜원이가 물동이를 이고 들어와 큰 항아리에 붓는다.
대길이 결심한 듯 혜원이에게 가려다 용기가 안 나는지 주춤한다.
혜원이가 대길을 흘낏 보고 다시 물동이를 들고 나가는데, 입가에 웃을 듯 말 듯 미소가 어린다.
<시간 경과>
땅바닥에 뭔가 글을 쓰며 혼자 놀고 있는 대길.
급하게 숨으면 혜원이가 다시 물동이를 들고 와 항아리에 붓는다.
또 주춤거리다 나가지 못하는 대길.
<시간경과>
대길이가 문설주에 기대 앉아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호박 노리개를 만지작거리다 일어서는 대길.
혜원이가 물동이를 이고 들어오자 후다닥 뛰어나가 혜원 앞에 선다.
뭔가 말을 하려 입술을 달싹이지만 아무 말도 못한다.
혜원이가 대길을 피해 걸어가려 하자 다시 앞을 가로막는 대길.
다짜고짜 혜원의 옷고름에 호박 노리개를 매달아 준다.
물동이를 이고 있으니, 혜원이는 팔을 내릴 수도 없다.
하릴없이 바라만 보는데, 대길이가 노리개를 다 달고서는 부끄러움을 못 이겨 빠른 걸음으로 도망간다. 행복한 미소를 짓는 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