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극 연기 연습 ] 추노 1화 대본 21~2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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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사 집 부엌 / 밤
침모가 은실이 목욕을 시켜주고 있다.
탕 속에 앉아 훌쩍거리는 은실. 때를 밀어주는 침모가 매정하게 등을 때린다.
침모 울지 마 이것아. 종년 나이 이만하도록 몸 지켰으면 과분한 줄 알아야지.
은실이 아버지는 어떻게 되셨어요?
침모 아버지 걱정 되거든 주인 영감님 하자는 대로 다 하고, “아버지 풀어주세요~” 하란 말야.
은실이 그럼 우리 아버지 풀려나시나요? 물도 주고 밥도 주나요?
침모 물이랑 밥뿐이냐? 니 하는 거에 따라 세끼 밥 걱정은 덜을테니.
(다시 등 때리고) 움직이지 마 이것아.
에휴, 내가 나이만 젊었어도 안방 끝자리라도 차지하는 건데.
침모가 신경질적으로 때를 민다.
박진사 아버지 방 / 밤
환갑 넘은 영감이 조그만 다담상을 앞에 두고 오물거리며 군것질을 하는데, 수전증이 있는지 두 손을 가늘게 떨고 있다.
침모(OS) 나리, 준비 됐습니다.
대답 대신 헛기침을 하는 영감.
문이 조용히 열리고 새 옷을 입은 은실이가 들어온다.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안절부절 못하는 은실이.
영감 앉아라. (은실이 가만있자) 어허! 앉으래도.
은실이가 영감을 보지 못하고 벽을 향해 돌아앉는다.
다시 헛기침을 하는 영감. 은실이가 어쩌지 못하고 몸을 돌린다.
영감 고개를 들어봐라.
(여전히 숙이고 있는데) 이년이 어느 안전이라고 말을 두 번 씩 하게 만들어?
겨우 고개를 드는 은실이. 잔뜩 겁에 질려있는 얼굴이다.
영감 이리 가까이, 가까이... 그래, 옳지!
흡족한 얼굴로 은실이를 끌어당기는 영감.
얼굴도 쓰다듬어 보고, 어깨도 어루만지면서 비릿한 웃음을 짓는다.
옷고름을 막 풀려는데 은실이 옷을 여미며
은실 대감님...
영감 어허~
은실 대감님... 저희 아비 좀...
영감 알았다.
은실 아비 좀 풀어주십시오.
영감 (마음이 급하다) 알았대도.
은실 물도 주시고, 밥도 주셔요.
영감 어허, 손 못 치우느냐?
은실 제 아비 좀 풀어주세요. 아비가 죽으면 저도 죽습니다 대감님. 아비 좀 살려 주셔요.
영감 어허! 내 알아서 다 해준다니!
영감의 채근에 옷고름을 꼭 잡고 있던 손을 놓는 은실.
영감이 은실이의 옷고름을 푼다... 은실이 참았던 눈물을 흘린다.
은실 아버지...
[인서트] 거꾸로 매달린 채 기력을 잃은 애꾸.
박진사 아버지 방 밖 / 밤
침모가 따분한 얼굴로 앉아있고, 창호지로 은실이를 끌어안는 영감의 그림자 보인다.
잠시 후, 침모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침모 (놀라) 에그, 깜짝...
일지관수로 목젖을 눌러 기를 빼내는 검은 그림자.
침모가 말도 마치지 못하고 기력을 잃고 쓰러진다.
박진사 아버지 방 / 밤
방 안으로 들어오는 검은 그림자. 일부러 소리를 내듯 방문을 거칠게 닫는다.
막 은실의 저고리를 벗기려던 영감이 노한 목소리를 낸다.
영감 이 놈이 예가 어디라고...
대답 없이 영감의 혈도를 짚는 검은 그림자.
영감 쓰러지자 은실이가 눈물범벅인 채 겁에 질려 뒤로 물러난다.
은실 누구...
쉿! 입에 손가락을 대고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주고는 집뒤짐을 하는 검은 그림자.
부담농과 함에서 엽전 꿰미와 은절편 등을 수습해 자루에 담더니 은실에게 손을 내민다.
박진사 집 담 아래 / 밤
은실을 둘러메고 사뿐하게 담을 넘어가는 검은 그림자.
누군가가 담 벽 어둠 속에서 몸을 숨기고 은실 일행을 보고 있다.
검은 그림자가 은실을 내려놓자 은실이 애원을 한다.
은실 우리 아버지... 아버지 좀 살려주세요... 우리 아버지 죽어요. 제발...
박진사 집 후원 정자 / 밤
흥겨운 술자리를 계속하는 박진사 일행.
열린 후원 문 사이로 거꾸로 매달려 있는 애꾸 모습이 보인다.
검은 그림자가 다가와 순식간에 애꾸를 내려 사라지는데, 박진사 일행은 눈치 채지 못한다.
산 속 / 밤
부엉이 소리가 들린다.
애꾸를 업고 뛰는 검은 그림자. 그리고 뒤를 따라가는 은실이 보인다.
어느 정도 뛰어가자 나무에 말 한필이 묶여있다.
그 때까지 누군가의 시선이 계속 은실 일행을 뒤쫒고 있다.
은실이 반듯하게 누운 애꾸 입에 물을 흘려 넣어준다.
간신히 기력을 찾아 눈을 뜨는 애꾸.
은실 아버지, 정신이 드세요?
(애꾸, 여전히 기력이 없다) 저분이 구해주셨어요.
애꾸가 보면 검은 그림자가 복면을 벗는다.
대길이다. 놀라는 은실.
대길 쓸데없이 국경으로 달아나지 말고 월악산 인근으로 가라.
영봉으로 들어가면 짝귀라는 놈이 있을 것이니 안돈하기엔 편할 것이다.
(돈 자루 던지며) 소 한 마리에 쟁기 하나 살 돈은 될 것이니.
애꾸 나리...
대길 안에 호패도 들었으니 숨어서 움직이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말은 산 넘어 해지점 주막에 맡겨 놓거라. (돌아서는데)
은실 아저씨. (대길 못들은 척 계속 가면)
아저씨... 아저씨 이름 안 잊을게요. 꼭 기억 할게요.
어둠 속으로 잠기는 대길. 그런 대길을 바라보는 의문의 시선...
다른 산길 / 밤
산길을 내려오는 대길. 걸음을 멈추고 뒤를 향해 말을 건넨다.
대길 언제까지 따라다닐 거야?
대길 뒤, 어둠 속에서 최장군이 모습을 드러낸다.
최장군 강아지는 짖고 고양이는 할퀸다더니, 본성은 못 버리는군.
이럴 걸 뭣 하러 잡아왔나.
대길 나 대길이야. 지금까지 못 잡은 노비가 하나도 없는데 그 명성을 깰 수는 없잖아?
최장군 장하다.
대길 어차피 내가 안했으면 최장군이 했을 거 아냐.
최장군 저 사람들은 다시는 안 잡을 건가?
대길 나중에 돈 떨어지면 잡으러 가야지. 그나저나 왕손이는?
최장군 또 어느 계집 품에 안겨 있겠지.
달빛 아래 나란히 걸어가는 대길과 최장군.
상인의 집 안방 / 밤
열두 폭 병풍이 펼쳐진 고급스러운 방, 아리따운 부인이 흐느끼고 있다.
부인 바람처럼 왔다가 구름처럼 가시는군요. 정녕 이렇게 헤어져야 한단 말입니까.
왕손 잔인한 운명이오. 우리는.
부인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이렇게 가실 수는 없습니다 서방님.
왕손 서방이라니. 자네 서방은 청나라 무역 갔다가 내일이면 한양으로 돌아오지 않소.
부인 그 서방님도 서방님이지만 제 가슴속에 서방님은 오직 서방님 한 분 뿐입니다.
조선의 남자는 모두 첩을 두면서 어찌하여 여자는 한 명의 서방님만 모셔야 한단 말입니까.
왕손 공자님 말씀이오.
부인 서방님~ (와락 안긴다)
왕손이가 부인 밑에 깔리고 등잔불이 어지럽게 흔들린다.
김흥서의 집 사랑방 / 밤
김흥서가 상석에, 그리고 오만호를 위시한 중신들과 뒤에 유생까지 커다란 방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김흥서 사헌부와 사간원에서도 상소를 준비하는가?
관리1 예 대감.
관리2 저희들도 준비가 되었습니다.
김흥서 유생들은 어떠한가.
유생 오직 원손께서만이 적통이라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김흥서 어찌 움직일 예정인가.
유생 상소로는 부족하여 권당을 하려 합니다.
명일 상참에 맞춰 일제히 편전으로 몰려가 호곡을 할 것입니다.
김흥서 호곡 권당이라... 썩 훌륭한 행동일세. 내 앞으로 자네를 눈여겨 봄세.
유생 조선의 선비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김흥서 (모두들 둘러보고) 지금 주상 전하께서 간자들 틈에 눈과 귀가 막혀있으니, 우리 힘으로 전하의 총명을 바로 세우고 종묘사직을 지켜야 하네.
명일, 우리의 운명을 걸고 주상전하께 직소하여 어지러운 정세를 바로잡고
말을 마치지도 못했는데 문이 부서지며 붉은 군복의 군사들이 난입한다.
누구냐 물어볼 틈도 없이 육모방망이가 사정없이 떨어지는데, 매를 피해 마당으로 도망간 유생들은 칼을 맞는다.
김흥서의 집 마당 / 밤
마당에는 횃불 든 군사들로 가득하고 중심에 병조판서 박종수가 서있다.
피곤죽이 되는 아수라장 속에 진압되는 김흥서 무리를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 박종수.
의금부 추국청 / 밤
김흥서 무리들 모두가 피투성이 차림으로 의자에 묶여있다.
추국청에는 박종수가, 그 아래도 금부의 나장들이 위엄 있게 서있다.
박종수 역심이 없었다면 어찌 역적의 자식을 살리자 주장했는가.
김흥서 왕세손을 살리자는 것이 어찌 역모란 말인가...
박종수 아직도 죄를 인정치 아니할 것이냐.
김흥서 주상 전하를 뵙겠다. 어명이라면 달게 받을 것이나... 너희들 손에 죽을 수는 없다.
힘들게 말을 이어가는 김흥서.
이경석이 추국청 마당을 가로질러 나타나더니 김흥서 앞에 선다.
김흥서 좌상 대감.
이경석 주상을 찾으셨다고?
김흥서 저희는 역도가 아닙니다... 주상 전하께 저희 충심을 고해주십시오.
이경석 이미 고했네.
...그랬더니, 자네들을 역적이라 하시더군.
김흥서 아닙니다... 그러실 리 없습니다.
이경석 쯧쯧쯧... 어심을 모르는 이리 되는 것이네.
(빙긋 웃으며) 잘 가시게.
마지막 말을 남기고 돌아서는 이경석.
잔잔한 미소를 짓는 그의 얼굴 위로 판결을 낭독하는 박종수 목소리 들린다.
박종수(VO) 한성부 윤 김흥서와 예조 좌랑 이만호 및 그 일당은 민심을 어지럽히고 종묘사직을 음해한 바, 역률에 준해 참수하고 그 일족은 노비로 내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