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극 연기 연습 ] 추노 1화 대본 6~10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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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문 객점 / 저녁
왈짜와 무뢰배들, 보부상 등이 가득 모여 술잔을 나누는 한쪽에 오, 육, 구포교가 모여있다.
육포교 전 한성부윤 사돈네 육촌 당숙 되는 이가 있는데, 그 집 종놈 일곱이 집단으로 도망을 했다네. 그 댁 차남과 교분 있는 별감이 추노를 의뢰하던데.
오포교 일곱이라, 알았네. (구포교에게) 자네는?
구포교 북촌 김판관네 큰며느리 있잖은가. 십년 수절 집어치고 상노 아들놈이랑 배꼽 맞춰 튀었다네?
오포교 경사났네!
구포교 가문 들어먹을 년놈들이라고 아주 난리가 났어. 추노 한 건에 쌀을 스무섬이나 걸었으니.
오포교 좋아 좋아. 달포 내로 잡아다 줄 터이니 심려들 놓으라고 통기하게.
육포교 일거리는 우리가 다 물어오는데 돈은 자네가 다 챙기는 거 아닌가? 그러지 말고 우리도 그 추노꾼이랑 인사 좀 트세.
오포교 에헤~ 상도덕 물구나무 서는 소리 하지 말어. 내가 그 놈한테 투자한 돈이 수만 냥이 넘어.
그리고, 그 놈 승질이 얼마나 개차반인 줄 알어? 나나 되니까 살살 구슬려서 일 시키지 자네들 배포엔 어림도 없어.
육포교 하긴, 개도 안한다는 추노질을 업으로 삼은 놈이니.
오포교 그렇지.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일감만 몰아오게. 내가 용전은 두둑하게 챙겨줄테니.
술잔이 넘치도록 술을 부어주는 오포교.
계곡 / 밤
노비들은 묶여 한 곳에 모여 있고, 노구에는 밥물이 끓고 있다.
산나물을 무치던 왕손이가 최장군에게 투덜거린다.
왕손 언니, 아무리 봐도 이건 사내가 할 짓이 아니우.
찬모라도 하나 데리고 다니던지 해야지.
(들으라는 듯) 칼 맞은 놈이 밥 까지 해야 되나. 무슨 패거리가 정이 없어, 정이.
대길은 왕손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멍한 눈으로 불타오르는 나뭇가지를 바라본다.
업복이가 날카로운 돌을 몰래 집어 들고 대길의 뒤통수를 노려본다.
그것도 모르고 불빛만 바라보는 대길.
이글거리는 불꽃이 점차 커진다.
대길의 과거 : 대길의 집 / 밤
자막 : 8년 전
안채에 불이 붙어 집 전체를 삼키며 맹렬히 불타오르고 있다.
아무도 없이 혼자서 울며 소리 지르는 대길.
대길 아버지~ 어머니~ (돌아보며) 아무도 없느냐? 아무도 없어?
아버지~ 어머니~
집 안으로 들어가려는 대길. 하지만 추녀가 무너져 내리며 불꽃이 오르고, 대길은 도저히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한다.
대길 아버지~ 어머니~
마당 구석에서 집안 노비 큰놈이가 횃불을 들고 뛰어나온다.
대길 큰놈아, 아버지랑 어머니가 저 안에... 빨리 불을 꺼라, 빨리.
큰놈이에게 다가가던 대길이 살기어린 눈빛을 보더니 걸음을 멈춘다.
큰놈이의 풀어헤친 옷자락 사이로 가슴팍에 박힌 노비 문신이 보인다.
대길에게 횃불을 던지는 큰놈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대길 얼굴로 날아드는 횃불.
계곡 / 밤
대길이가 놀라 몸을 돌리며 칼을 뽑는다.
단봉 속에서 나오는 반팔 길이의 짧은 예도...
칼끝이 애꾸의 목 줄기에 닿아있다.
다가오던 애꾸가 겁에 질려 얼어붙고, 업복이는 들었던 돌을 살며시 내려놓는다.
대길 뭐냐.
애꾸 나리... 부탁이 있어서...
(대길 칼 치우면 애절한 목소리로) 시키시는 일은 뭐든지 할 테니 제발 제 여식만은 풀어주시면 아니되시겠습니까?
대길 아니되시겠는데?
애꾸 저 어린 것더러 환갑 넘은 주인 영감 잠자리 수청을 들라고 합니다.
저 애가 전생에 무슨 잘못을 지어 종놈 아비를 만나 그 험한 꼴을 당해야 됩니까.
(눈물 흘린다) 나리, 나리도 인정이 있으신 분이면 제발 부디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나리. 이렇게 사정합니다. 제발, 제발....
있는 힘껏 고개를 주억거리는 애꾸.
대길이 시선을 거두어 은실이를 본다. 눈물과 먼지로 얼룩졌지만 귀엽고 청순한 얼굴이다.
은실은 대길이 무서운지 가릴 것 없는 저고리를 여미며 몸을 돌린다.
대길 혹시 추노꾼 대길이라고 들어 봤나.
애꾸 들어봤습죠. 눈은 빨갛고 이빨은 시커먼 게 꼭 열흘 굶은 승냥이 꼴이라고 합니다.
지 애비 에미 죽은 날에도 기생 끼고 술판을 벌이는 놈인데, 나리는 그런 금수같은 놈과는 다르잖습니까. 제발 부디 인정을 베푸셔서
대길 어이 애꾸. 그게 나야.
애꾸 예?
대길 그 금수같은 놈이 나라고.
인정머리라곤 하나도 없는 미소를 짓는 대길.
놀란 얼굴로 대길을 바라보는 애꾸. 결국 고개를 떨군다.
대길이 일어서며 왕손이에게 소리 지른다.
대길 뜸 그만 들이고 출발하자.
왕손 안 먹구요?
대길 주먹밥 만들어서 노상에서 먹지. 얘들도 한 덩이씩 주고.
왕손 (인상 쓰며 혼잣말로 투덜거린다) 에이 씨, 그럴 거면 반찬 만들기 전에 얘기하던지.
신경질적으로 밥솥을 열고 반찬을 집어넣은 다음 비벼대는 왕손.
최장군은 무심한 눈으로 애꾸와 은실이를 바라본다.
청계천 다리 아래 / 낮
대길이 혼자 노비들을 데리고 있고, 오포교가 과장된 표정으로 대길을 반긴다.
오포교 아이~구! 대길이. 무고한가?
대길 평안허시우?
오포교 태평허지!
건성 인사를 주고받으며 눈으로는 빠르게 도망노비들을 훑어보는 오포교.
오포교 어째 면상들이 우박 맞은 호박 꼴이야?
대길 도망친 놈들이니 죽기로 덤비는 게 당연한 거 아뇨. 몇 대씩 쥐어박았지.
오포교 어디 상한 데는 없고? 팔다리라도 부러졌으면 제값 받기 힘든데.
대길 나 대길이우.
오포교 그렇지. 조선 최고의 추노꾼 대길이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지.
(돈꿰미 던지며) 수고했네. 이백 냥이여.
대길 호미 빌려간 년이 감자 캐간다더니, 진짜 이러기요?
수작 부리지 말고 쉰 냥 더 얹읍시다.
오포교 (짐짓 화내는 척) 어허, 이 사람이! 추노가 무슨 벼슬이라고 녹봉 받듯이 따박따박 정가를 고집하나. 일거리는 다 몰아 줄 테니까 주는 대로 받고, 가서 객고나 풀어.
대길을 무시하고 노비를 끌고 가는 오포교.
대길이가 기가 막힌다는 듯 헛웃음을 짓더니 오포교 앞으로 돈꿰미를 툭 던진다.
오포교가 험한 눈으로 대길을 위아래로 훑어본다. 한 판 붙을 듯,
오포교 어이, 대길이. 나랑 얼러볼 참이여?
대길 (맛서 싸울 양 소매 걷으며) 사양은 안하우.
오포교 (꼬리 내린다) 아니, 기껏 노비 몇 두에 좋은 날 파흥하자는 겐가?
대길 반상이 뚜렷하고 주종이 엄격한 것이 조선의 법도 아니요.
추노가 작게 보면 도망 노비를 잡는 것이지만, 크게 보면 조선의 법도를 바로 세우는 일인데, 같이 나랏일 하는 처지에 쉰 냥 가지구 척지지 맙시다.
오포교 에헤~ 왜 또 이러나. 일 물어온 애들 용전 쥐어주면 나도 남는 거 없어.
대길 남길 생각 하지 마셔야지. 나랏일 하시는 분이.
오포교 우리 사이에 정말 이러긴가?
대길 우리 사이니까 이러는 거지.
오포교 (언성 높이며) 장안에 추노꾼이 너 하난 줄 알아? 일거리 달라는 놈들이 쌔고 쌨어.
대길 좌포청 나그네가 오포교 하나만 있는 줄 아는갑네. 일 준다는 포교며 양반네가 줄을 섰어. (오포교 똥씹은 얼굴이면 손 내밀며) 이백 오십 냥!
능글능글 웃어넘기는 대길.
오포교가 할 수없이 돈꿰미 하나를 더 꺼낸다.
돈을 받아든 다음, 단봉으로 땅에 떨어진 돈을 집어 올리는 대길.
이 모양을 보고 있던 업복이가 참다못해 소리를 지른다.
업복이 이런 개만도 못한 놈아. 게우 돈 쉰 냥에 사람 사냥을 다니나?
내 언제가 기필코 니 대가빠리를 쪼사버릴테니.
대길 쪼사버려~ (한 마디 말로 무지르고 말에 오르려는데)
업복이 아, 참! 언년이 말인데.
대길이 동작을 멈추고 오포교를 바라본다.
오포교가 언년이의 용모화를 들고 있다.
대길 찾았수?
오포교 못 찾았지!
(대길 실망하면) 근데 내 모시던 양반이 이번에 별감 자리 따서 경상도로 가는데, 쭈~욱 한 번 훑어 달라고 부탁을 해볼까?
대길 그래주겠수?
오포교 그르니까. 그러면 좋은데 말야. 그렇지?
능글능글 즉답을 피하는 오포교. 대길이가 품에서 종이 조각을 준다.
대길 서른 냥짜리 어음이요. 송파 객점가면 돈이나 비단으로 바꿔줄게요.
오포교 아이구, 우리 사이에 뭘 이런걸. 됐네. 내 받았다 치지.
대길 (어음 하나 더 준다) 쉰 냥짜리요. 서강 나루 화주가 발행한 거니 돈보다 확실한 거유.
오포교 (거들먹거린다) 정성이 갸륵하니 받아는 두지. 그리고, 내 팔도의 포졸에게 전부 통기해 꼭 찾아줌세, 응? 또 보세 대길이.
입이 귀 밑에 걸린 오포교. 용모화를 말아 넣고는 노비들이 묶인 끈을 잡는다.
오포교 자, 가자! 이랴~
소몰이를 하듯 노비들을 몰아내는 오포교. 돈 많이 벌어 신났다.
청계천 다리 너머로 활기에 찬 저자 거리가 보인다.
저자거리 / 낮
정돈되지 않은 길가에는 각종 곡물과, 잡물과, 방물들을 파는 상점과 함께 난전도 열려 더없이 소란스럽고 지저분하다.
사방이 트인 객점 안에서 그 모양을 바라보는 천지호(40대 중반)와 부하들.
객점 안 / 낮
중년의 천지호.
얼굴에 깊이 남은 칼자국이 안 그래도 다부진 얼굴을 더욱 험상궂게 만든다.
만득을 포함한 부하 네 명과 함께 낮술을 들이키는데, 그들의 시선으로 노비들을 몰고 가는 오포교가 보인다.
부하 만득이가 아까운 눈으로 노비들을 세어본다.
만득 한나, 둘, 서이, 너이, 다섯, 여섯... 도망 노비 여섯 두면 저게 돈이 얼매여.
(천지호에게) 언니, 원래 추노 하면 우리 패 아니었수. 근데 이젠 다 대길이만 찾는답니다.
천지호 길 닦아노니 미친년 지나간다더니.
만득 타작 한 번 해야 되지 않겠수?
천지호 아예 발가벗겨서 저자거리를 돌려버려야지.
제대로 모양을 내야 다신 이 바닥에 얼씬거리지 않을 테니까.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들이키는 천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