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사극 연기 연습 ] 추노 3화 대본 11 ~15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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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 낮
업복이와 개놈이, 끝봉이가 모여 있다. 업복이는 죄스러운 얼굴이다.
개놈이 죽지는 않은 모양이야. 패거리 놈들이 추달한다고 날뛰는 모양인데.
끝봉이 깨나도 사람구실 못한다잖아요.
업복이 죄송하게 됐데요... 분명 대가빠리에 맞았는데.
개놈이 천운을 탄 게지.
끝봉이 잘 됐어. 고태골 가는 것보다 반병신으로 사는 게 더 꼬시지.
(업복이 어깨 툭툭 치며) 우리 명포수, 응? 멋져버려!
수풀이 바스락 거리며 홍춘이 고개를 내민다.
홍춘 할배, 저 아래 뱀 나왔어요.
업복이 등이 모두 도끼를 들고 나무를 찍는 척 한다.
잠시 후, 머슴 하나가 지게를 지고 올라온다.
머슴 개놈이 아자씨 아뇨. 평안허시우?
개놈이 어, 그려. 올라 가, 응, 응.
머슴이 인사를 하고 올라가자 세 사람이 다시 모인다.
개놈이 홍춘이 저게 제법 쓸만허네.
끝봉이 나이는 어려도 아주 백여시야. 담도 크고.
업복이 (뭐가 좋은지 실실 웃으며) 그래요. 얼굴도 반듯하고 속이 꽉 찼대요.
개놈이와 업복이가 뭔 소린가 싶어 업복이를 바라본다.
업복이 부끄러운 마음에 황급히 말을 돌린다.
업복이 (정색하고) 담에 죽일 놈은 누구래요?
개놈이 그믐까지 기다려 보자고. 그 분께서 오시니.
업복이는 괜스레 홍춘이 숨은 쪽으로 눈길이 간다.
수풀 속에서 열심히 나물을 캐는 척 하며 아래를 살피는 홍춘.
이경석의 집 / 낮
이경석과 박종수가 앉아있다.
박종수 역참에 나졸들이 당하고 말 한필을 뺏겼다 합니다.
얼굴은 알아보지 못했으나 솜씨로 보면 송태하가 확실 합니다.
이경석 추쇄는 어찌 되간다던가.
박종수 급주를 놓아 팔도에 용모파기를 돌리고, 추쇄도감은 물론 훈련원에 날랜 무사들까지 추려 뒤를 쫒고 있습니다. 은밀히 무사들을 더 동원하는 것이...
이경석 토끼 사냥과 멧돼지 사냥이 어떻게 다른지 아시는가?
박종수 갑자기 어인 사냥 얘기십니까.
이경석 토끼는 뒤를 쫒아가서 잡지만 멧돼지는 앞에서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잡는 법이야.
그래서 토끼몰이엔 많은 사람이 필요하고 멧돼지 사냥엔 잘 조련된 포수 하나만 있으면 끝나는 걸세.
박종수 송태하가 멧돼지란 뜻입니까?
이경석 아니. 잘 조련된 포수가 필요하다는 말이지.
빙긋 웃는 이경석.
여각 : 대길의 숙소 / 밤
방에서 빈둥거리며 지도를 보는 대길.
설화도 대길 옆에 누워 턱을 괴고 지도를 본다.
설화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네. 지렁이가 기어간 것 같애.
대길 빈둥거리지 말고 일 없으면 바느질이나 해라.
설화 나 그런 거 못 해.
대길 방이나 닦던지.
설화 걸레질 한 번도 안 해봤어.
어라? (대길의 품에서 삐져나온 용모화 쏙 빼서) 이건 뭐야?
대길 야! (뺏으려면)
설화 (안 뺏기려고 빙글빙글 구르며) 뭔데? 뭔데? 뭔데?
설화는 방을 굴러다니고, 대길은 뺏으려 따라간다.
설화가 용모화를 펼치고 얼굴을 보더니,
설화 곱네. 누구야? 정인이야?
대길 안 내놔?
용모화를 뺏으려는 대길.
그러다 설화를 덮치는 자세가 되는데, 문이 열리며 오포교가 불쑥 머리를 드민다.
오포교 어이구 대길이, 좋은 시간 보내는데 미안허이.
능글맞게 웃는 오포교.
대길이 얼른 자세를 수습하고는 빼앗아 품에 넣는다.
대길 어쩐 일이유?
오포교 반병신 됐다기에 구경 왔지.
대길 이따 조용히 빠져나갈 거니 괜히 저자 나가서 쉰소리 마쇼. 그러면 추노고 뭐고 발 싹 뺄테니까.
오포교 그건 그런데, 자네 뭐 잘못한 거 있나?
대길 뭔 말이우?
오포교 누가 자네를 찾던데... (손가락으로 하늘 가리키며) 저~ 우에서.
대길 일 있으면 직접 오라 하쇼.
오포교 일어나게. 데려오라 했으니.
대길 됐수다. 저 위엣 사람이랑은 볼 일 없으니.
오포교 가 보지 그래. 뭔가 청탁할 게 있는 눈치던데.
대길 청탁?
대길이 뭔가 곰곰이 생각하는 눈치다.
압구정 / 낮
이경석이 정자 위에 앉아있고 대길은 정자 아래 서있다.
정자에는 발이 드리워져 대길은 이경석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정자 주위에는 무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어 아무도 접근하지 못할 기세다.
이경석 니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짐작 가느냐.
대길 추노꾼을 찾으셨으니 노비를 잡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경석 우문현답이군. 어찌, 해 볼 요량이 있느냐.
대길 가노가 도망했습니까?
이경석 훈련원 관노로 있다가 도망친 송태하란 작자다.
대길 인상이 순간 굳어진다. 이경석이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본다.
이경석 너희들이 추쇄에 실패했다지?
대길 다 잡았으나 쥐새끼가 끼어드는 바람에 잠시 뒤를 놓친 것 뿐입니다.
이경석 칼 까지 맞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대길 저자에는 항상 과장된 낭설이 퍼지는 법이지요.
이경석 맞붙어보니 어떤가. 감당할 수 있는 자이던가?
대길 승냥이가 난폭하나 호랑이를 당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다.
이경석 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대길 저희는 지난 십수년간 추노질 하면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습니다.
이경석 그래서 조선 최고의 추노꾼이란 별호를 얻었느냐.
대길 황송하옵니다.
이경석 사냥개로는 최고군. 송태하를 잡아라. 사로잡아도 좋고 목만 취해도 좋다.
성사만 한다면 내 거금을 하사토록 하지.
대길 죄송합니다 대감. 저희들은 원래 벼슬 하시는 분의 약조는 믿지 않습니다.
이경석 고얀 놈. 선금을 달라는 겐가?
대길 아니옵니다.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선금을 입에 올리겠습니까.
다만, 저자의 법도가 시작할 때 반, 끝나고 반인 까닭에...
이경석 당돌한 놈이로구나. 오백 냥이면 되겠느냐?
대길, 고민하는 빛이 역력하다. 하지만 이내 머리를 조아리고는,
대길 저희들이 움직인다면 금방 잡을 수 있겠으나, 지금 목전에 닥친 급한 일이 있사와 명을 받들 수 없습니다.
이경석 (노려보다가) 그럼 얼마를 주면 움직이겠나.
대길 돈이 문제가 아니라 일의 선후를 잡고자 할 뿐입니다.
이경석 천 냥이면 어떠하냐. 그래도 거절 할테냐?
천 냥... 큰 돈이다. 하지만 이미 내친 흥정이다.
대길이 패랭이를 벗고 무명으로 싼 이마를 보여준다.
약초가 지저분하게 묻어있다.
대길 화승총에 당한 상처입니다.
간밤에 어느 놈이 방포를 하였으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터, 범자를 잡는 것이 추노보다 우선이 아니겠습니까.
이경석 이천 냥 내리겠다. 그 정도면 사내의 명운이 바뀌는 금액인데 이래도 딴 말 하테냐.
대길 죄송하옵니다. 천만금의 돈보다는 목숨이 더 중한 것 아닙니까.
이경석 (언성 높여) 네 이놈. 어느 안전이라고 감히 저자의 흥정을 예서 하려 하느냐.
대길 흥정이라니 당치 않습니다. 도망친 관노 놈이 무예가 절정에 오른 바, 저 역시 목을 걸어야 하는 일 아니겠습니까.
이경석 (열 받았다. 분노를 억지로 참으며) 그래... 니 목이 얼마짜리더냐.
대길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통상 저자에서 말하길 제 목은 족히 오천 냥에 버금간다 하옵니다. 물론 사내들 술자리 농담이라 허황되기 이를 데 없다고 사료됩니다만...
잠시 정적이 흐른 후, 정자 위에서 대길 발치로 부담농 하나가 던져진다.
땅에 떨어지면서 뚜껑이 열리더니 금괴가 쏟아진다.
이경석 오천 냥이다.
대길 (머리 숙이며) 감사하옵니다 대감. 사력을 다해 꼭 잡겠습니다.
이경석 달포 주겠다. 기한을 넘기면 니가 대신 죽는다.
추쇄에 실패하면 그 역시 니 목을 내놔야 할 것이다.
대길 심려 놓으시지요. 국수 잘 하는 년이 수제비도 잘 하는 법 아니겠습니까.
대길이 땅에 코가 닿도록 고개를 숙인다.
그러면서 미소를 짓는데, 입이 귀에 걸릴 듯하다.
웅장하고 격조 있는 궁중음악이 들린다.
사신관 전경 / 낮
사신관 앞에는 조선 군병이, 내부에는 청병이 경계를 서고 있다.
사인교를 타고 사신관 안으로 들어서는 이경석.
그 뒤로 박종수와 조정 대신들이 걸어서 들어간다.
용골대가 묶고 있는 건물 앞에 돗자리가 깔려있고, 악공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사신관 / 낮
문 밖에서 은은한 주악 소리가 들린다.
용골대와 청의 신하들, 이경석과 박종수 등 조정 대신이 식사를 하고 있다.
온갖 산해진미가 가득한 화려한 상차림이다.
용골대 역시 조선의 음식은 맛에 취하기 전에 그 색에 먼저 취하게 만드는군.
이경석 사계가 뚜렷해 철마다 빛깔이 다르니 자주 오시어 함께 흥을 나누시지요.
용골대 하하하. 좌상의 청이니 뭔들 못하겠소.
모두들 웃는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정적이 감돈다.
얼굴에는 미소를 띠고 말을 하지만 청과 조선의 관계처럼 가슴 속에 비수가 들은 듯하다.
용골대 조선과 청이 형제지의를 맺은 지 십 년이 되었는데, 요즘을 보면 형제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오.
이경석 저희들의 충정이야 의심할 바 없사온데 무슨 일로 그러하시옵니까.
용골대 비근한 예로, 양국의 교역이 오히려 연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것 같으니 말이오.
이경석 차차 넓어질 것입니다.
용골대 몇 년 째 똑같은 대답을 하니, 교역을 확대할 마음이 없는 것 아니오?
이경석 아닙니다 대감. 수년 째 팔도에 기근이 들어 지금 백성들이 일용할 양식마저 부족한 터라 마땅한 교역 물품이 없어서 그리하옵니다.
용골대 어허, 흉년에 이런 상차림 이라면 너무 과분한 것 아니오?
이경석 대장군의 상으로는 과만이 아니라 약소한 것이지요. 더 큰 연회를 베풀어야 하는데 이리 모시어 대단히 송구스러울 따름입니다.
박종수 근간 주상전하와 함께 연회를 베풀도록 하겠습니다.
용골대 사신의 임무가 음주가무에 있지 않거늘 그대들은 어찌 연회 얘기들 뿐이신가.
이경석 일이야 차차 하면 되는 것이고, 원로에 노독을 푸는 것이 먼저지요.
대장군의 안위가 곧 조선의 안위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용골대 하하하. 그리 말해주니 벌써 여독이 눈 녹듯 다 없어지는 것 같으오.
또다시 의미 없는 웃음이 오간다.
용골대 아, 참.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이번에 천제께서 하명하시길 근 수년 동안 조선에서 엄청난 양의 물소 뿔을 사들였다는데, 용처가 궁금하다 하시었소.
이경석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약재로 들여온 모양인데 알아보도록 하지요.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는 이경석.
용골대도 입가에 웃음을 지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