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사집

드라마 사극 연기 연습 ] 추노 2화 대본 31~35페이지

우뢋챠 2017. 5. 4.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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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와집 마당 / 새벽

기와집 담을 넘어 몰래 잠입하는 사람. 송태하다.

비척거리는 몸으로 주위를 살피더니 부엌으로 들어간다.

 

기와집 부엌 / 새벽

동이에서 물을 퍼 한 바가지를 숨도 쉬지 않고 마시더니, 부엌을 뒤져 누룽지와 날고구마 등 요기가 될 만한 것들을 급하게 먹어치운다.

그러다 목이매어 물을 마시고, 사래들어 나오는 기침을 억지로 삼킨다.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리자 다시 비틀거리며 부엌을 빠져나간다.

 

주막 봉노 / 새벽

여기저기 코 고는 소리로 시끄럽다.

벽에 바짝 붙어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혜원.

부적이나 되는 것처럼 대길이 준 호박 노리개를 두 손으로 꼭 움켜쥐고 있다.

손님2가 혜원의 몸 위로 다리를 얹자 간신히 밀어낸다.

 

새벽 닭 울음소리가 들리자 혜원이 일어나 짐을 챙겨들고 밖으로 나간다.

혜원이 문을 열고 나가자 보부상1이 눈을 뜬다.

그 놈 얼굴에 번지는 비릿하고 사악한 웃음...

 

여각 : 대길의 숙소 / 아침

최장군과 왕손이는 세상모르게 잠들어 있고, 대길이 설핏 눈을 뜬다.

상체를 일으키고는 홑청으로 가려진 방구석을 바라본다.

괜히 인상을 쓰고는 밖으로 나간다.

 

여각 뒷마당 / 아침

길게 하품하고 기지개를 켜면서 마당 구석으로 가는 대길이.

뒷간 거적문을 들추는데, 설화가 볼 일 보며 앉아 있다가 놀라 소리를 지른다.

 

설화 !

대길 에헤! !!

 

놀라 얼른 거적을 내리고 물러서는 대길.

거적 너머에서 설화의 카랑카랑한 목소리 들린다.

 

설화 뭘 훔쳐봐? 여자가 그렇게 궁하니?

대길 새벽 댓바람부터 잡소리는. (돌아서며) 저걸 빨리 쫓아내던지 해야지.

설화 오라버니.

대길 , !

설화 뒤지 좀 갖다줘.

대길 호사스러운 소리 하네. 뒤지가 어딨어? 거 지푸라기 뜯어논 걸로 대충 닦아.

설화 여자가 이런 걸 어떻게 써?

대길 그거라도 있는 게 다행인줄 알어. (다시 돌아서며) 에이 씨...

설화 오라버니~ 오라버니~ 뒤지 좀 달라니까~

 

대꾸 없이 돌아가는 대길을 애타게 부르는 설화.

 

여각 앞마당 / 아침

대길 일행이 밥을 먹는데, 설화는 겸상을 하지 않고 작은 상에 따로 밥을 받아 먹고 있다.

주모가 독기 품은 눈으로 설화를 바라본다.

 

주모 넌 누구니?

설화 (너무나 공손하게) , 아주머니. 행중에 패악이 심해 못 버티고 내쳐진 몸이온데 이분들이 저를 구명해 주시었어요.

주모 (최장군에게) ...나리께서 거두셨나요?

최장군 어흠 흠...

주모 보아하니 사당 년 같은데.

설화 아주머니. (대길 바라보며) 이쪽 오라버니가 구해주셨답니다.

(최장군 보며) 저 아저씨께서는 극구 못 본 채 하셨어요.

주모 (못마땅하지만 만족한 듯) 그럼 됐고... (최장군에게) 많이 드시고 더 드세요.

최장군 어흠 흠...

설화 (주모 물러가자) 오라버니. 저 주모랑 배꼽 맞췄지?

최장군 !

 

최장군은 국물을 넘기다 사래 들리고, 대길과 왕손은 정말 황당한 눈으로 설화를 바라본다.

 

설화 잤구나? 어쩐지 주모 눈빛이~

최장군 어린 게 못하는 소리가 없구나.

설화 왜이래? 나이는 어려도 저자바닥에서 구른 건 내가 먼저야.

최장군 사내들 노리개로 잔뼈가 굵은 게 자랑은 아니다. 말 가려서 해라.

설화 ! 아님 말지 괜히 퉁을 놓네.

(밥그릇이 비었다. 부엌을 향해 예쁜 목소리로) 아주머니~ 아저씨께서 밥 한 그릇 더 잡수신대요~

 

주모가 얼른 와서 밥 한 그릇을 놓고 최장군에게 웃음을 지어 보인다.

주모가 가자 밥그릇을 차지하는 설화.

한 수저를 들면 그 속에 고이 감추어둔 삶은 계란 하나가 보인다.

설화가 계란을 들고 최장군에게 묘한 웃음을 보인다.

대길과 왕손이는 킥킥거리고, 최장군은 얼굴이 더 붉어진다.

담 너머, 누군가의 시선이 대길 일행을 바라보고 있다.

 

역참 /

작은 초막에 말 두세 마리와 군졸 서너 명이 장창을 들고 서있다.

초군막 안에는 몇 사람의 용모화가 붙어있는데, 그 중 송태하 얼굴이 가장 최근에 붙은지라 선명하다.

군졸들 앞으로 송태하가 지팡이를 짚고 다가온다.

가느다란 지팡이는 금새 부러질 듯하고, 거지 몰골에다 비틀거리기까지 하니 군졸들은 대수롭게 보지 않는다.

군졸들 앞에 서는 송태하. 군졸들이 의아하게 바라보면,

 

송태하 (갈라진 목소리로) 일이 있어 말 한 필 빌려가겠다. 나 때문에 경을 치게 될 터이니 미리 사과한다.

 

군졸들이 말뜻을 파악하기도 전에 지팡이를 검처럼 휘둘러 군졸들의 급소를 찌르는 송태하.

군졸 서너 명이 순식간에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쓰러진다.

송태하도 힘이 드는지 숨을 몰아쉬고 상처 부위의 통증을 느낀다.

역참 안으로 들어가는 송태하.

잠시 후에 포졸 복장으로 나오더니 말에 올라탄다.

 

산사 근처 오솔길 /

부지런히 걸어가는 혜원.

불안한 눈으로 뒤를 바라보면 보부상1, 2가 멀리서 따라오고 있다.

혜원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흘리는 보부상들.

더욱 걸음을 재촉하는 혜원.

모퉁이를 돌더니 얼른 길 아래로 내려가 몸을 숨긴다.

길 위를 바라보며 보부상들이 지나가기를 바라는데, 누군가 뒤에서 어깨를 잡는다.

 

혜원 어마!!

 

새된 비명을 지르며 놀라는 혜원. 경황 중에 여자 목소리가 나왔다.

 

보부상1 누굴 기다리시나?

혜원 ... 왜 이러세요...

보부상1 (짐짝 벗으며 느끼하게) 왜 이러긴, 봉놋방 하루정도 정이라는데, 어이구, 엉덩이가 아주 실팍하네. (혜원의 엉덩이 만지면)

혜원 ! 이러지 마세요.

 

놀라 황급히 몸을 빼는 혜원. 하지만 남자 둘이 앞뒤로 막고 있으니 도망칠 재간이 없다. 보부상들이 낄낄거리며 몸을 밀착시키고,

 

보부상1 노중에서 운우지정이라, 우리도 풍류 한 번 즐기세. ?

혜원 (봇짐 내밀며) 가진 것 다 드릴게요. 그러니 제발...

보부상1 이거야 우리가 알아서 챙길테니 걱정 말고, 가까이서 보니 더 곱네 그래.

 

갑자기 혜원이의 옷고름을 잡아채는 보부상1.

혜원의 비명 소리가 산에 메아리치고 놀란 새들이 날아오른다.

 

오솔길 위, 아래 교차 /

길 위에서 말 탄 태하가 지나간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비틀거리는 송태하.

혜원이 봉욕을 치르는 걸 모르고 그냥 지나가 버린다.

 

길 아래 수풀에서는 보부상들이 혜원을 겁탈하려 하고 있다.

한 놈은 혜원이의 팔과 입을 막고, 한 놈은 급하게 옷을 찢어내는데, 혜원이 보부상2의 손을 깨문다. 보부상이 인상을 쓰더니 혜원의 뺨을 때리고

 

희미한 비명 소리가 들리고, 태하는 뒤를 돌아본다.

말은 빠른 속도로 앞으로 달려나가는데,

 

혜원의 옷이 벗겨지고 가슴을 싸맨 무명천이 보인다.

보부상이 으흐흐 웃으며 무명천을 풀려는데, 갑자기 뭔가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구른다.

 

보부상1 ! 어떤 새끼가...

 

포졸 복장의 송태하가 작은 나뭇가지 하나를 들고 있다.

보부상들이 어쩔 줄 모르고, 혜원은 얼른 몸을 돌려 옷을 수습한다.

보부상1이 보부상2의 옆구리를 쿡 지르고 얼른 무릎을 꿇는다.

 

보부상1 나리, 제발 선처를...

보부상2 용서해주십쇼 나리.

 

아무 대답이 없자 고개를 드는 보부상들.

송태하가 어지럼증이 있는지 눈을 가늘게 감고 몸을 비틀거린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위태롭다.

보부상들이 서로 눈치를 주고받더니 갑자기 일어나 송태하에게 덤벼든다.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막대기를 휘둘러 보부상들을 제압하는 송태하.

죽음 직전 마지막 사력을 다하는 전사 같다.

보부상들이 안되겠는지 도망을 친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혜원을 바라보는 송태하.

 

송태하 괜찮습니까...

 

하지만 대답을 듣지도 못하고 송태하가 쓰러진다.

 

혜원 나리... 나리...

 

얼른 송태하에게 다가가는 혜원.

포졸복 검푸른 옷자락에 핏기가 스며있다.

얼른 옷자락을 헤쳐보면 어깨 부위에 지저분하게 약초가 덧발라져 있다.

상처는 손바닥보다 넓게 곪아있고 핏기 섞인 고름이 흘러나온다.

 

혜원 나리, 나리, 정신 차리셔요 나리...

 

그 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길 위를 바라보면 군관들이 열을 지어 달려가고 있다.

 

혜원 저기요~ 도와주셔요~ 여기요~

 

군관들에게 도움을 요청하러 달려가려는 혜원.

송태하가 혜원의 손을 잡는다.

 

혜원 군졸들이에요. 가서 도움을 청해야죠.

송태하 안돼... 군졸... 도망...

 

억지로 목소리를 짜내는 송태하. 그리고는 의식을 잃는다.

혜원이 군관들의 뒤를 보며 어찌해야 할 지 난감해 하는 표정이다.

말발굽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온다.

 

의주성 근처 / 저녁

화려한 치장을 한 용골대 뒤로 이백여 명 정도의 청나라 군사들이 이동을 하고 있다.

용골대가 말을 멈추면 용이가 용골대 옆으로 온다.

 

용이 앞에 보이는 곳이 의주성입니다 대장군. 한양까지는 이틀 거리입니다.

용골대 너희들은 은밀히 잠입하도록.

용이 존명.

 

마상에서 군례를 취하는 용이.

뒤를 향해 길게 휘파람을 불고 왼쪽으로 달려가면, 대열 속에서 십여 명의 날랜 청나라 병사들이 말을 몰아 용이 뒤로 합류한다.

굳은 얼굴로 의주성을 바라보는 용골대... 산 너머로 해가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