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사집

드라마 사극 연기 연습 ] 추노 2화 대본 26~30페이지

우뢋챠 2017. 5. 3.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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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

화승총을 들고 무엇인가를 겨누는 포수 업복이.

!

총을 쏘자마자 앞으로 전진하며 화약이 들어있는 뿔통을 집어 총구에 화약을 넣고, 연환을 잰 다음, 꼬질대로 꾹꾹 눌러주고 나서 부싯돌로 심지에 불을 당겨 다시 조준을 한다.

이 모든 과정이 업복이의 대사 위에 이루어진다.

 

업복이(VO) 한 방 쏘자마자 구녕에다가 화약 덩거리를 우겨 넣구, 쇠꼽을 잰 담에 꼬챙이로 꾹꾹 눌러주고, 심지에 불 댕겨서 다시 꼰주면,

 

!... 총이 발사된다.

 

끝봉이 집 /

총을 쏘는 시늉을 하는 업복이. 팔 내리며

 

업복이 그러는기 딱 세걸음 안짝에 떨어진다고 삼보방포라니.

끝봉이 ~. 그게 세 걸음에 어떻게 돼?

업복이 진짜라니까니? 안그래면 호랭이가 하마 도망가서 못 잡아.

개놈이 아깝네. 그 좋은 솜씨를 썩히고 밤마다 새끼나 꽈야 되니.

업복이 빚돈에 팔려 종놈으로 떨어져서 그렇지요. 화승총이라도 하나 있으면 양반놈들 대가빠리에 싹 다 바람구녕을 내버릴텐데...

개놈이 거 말 시원하게 하네. 그럼 이제 그만 도망 다니고 우리랑 같이 싸우려나?

업복이 싸워요? 누구랑요?

업복이 자네... 우리 당에 입당 하게나.

업복이 당은 또 뭔 말이래요?

 

개놈이 눈짓하자 끝봉이가 뒤에서 헝겊에 둘둘 말아놓은 뭔가를 내민다.

어리둥절해 풀어보는 업복이. 반질반질하게 기름 먹인 화승총 한 자루가 나온다.

놀라 개놈이를 바라보는 업복이.

 

업복이 이게... 뭐래요?

개놈이 이렇게 사느니 호랑이처럼 크게 한 번 울부짖고 죽을라고 장만했지.

업복이 사냥... 다니시게요?

개놈이 그렇지. 사냥은 사냥인데 양반 사냥이여.

밤마다 양반 대갈통에 바람구멍 하나씩 뚫어줄라고.

업복이 예에?

개놈이 양반들을 죽이고 상것들 세상을 만든다. 그게 우리 당이 하는 일이니까.

 

더 놀라는 업복이.

 

끝봉이 집 문 밖 /

문가에 서서 엿듣던 홍춘이가 놀라 입을 가린다.

두근거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주위를 둘러보고는 다시 귀를 기울이는 홍춘이.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점차 또렷하게 들린다.

 

개놈이(OS) 왕의 자식이나 상놈의 자식이나 애초에 씨가 다른 게 아니라니까.

 

끝봉이 집 /

개놈이 똑같이 빨가벗고 태어나서 언놈은 주인으로 호령하고 언놈은 종놈으로 발발 떠는데,

이게 세상이 이 지랄이면 이게 안 되는 거 아닌가? ? 말이 돼?

끝봉이 다 죽여야 된다니까.

업복이 그럼... 당이... 크드래요?

개놈이 고을마다 우리 천것들을 묶어주는 분이 계셔. 그 분도 천출인건 마찬가진데, 공자 맹자를 배웠으니 우리보다 세상 보는 눈은 트이셨지.

업복이 그 분이 누구래요?

개놈이 이달 그믐에 오시기로 했으니까 직접 뵙고 인사 올리게.

업복이 그럼... 양반들만 싹 다 쥑이면 우리 세상이 온대요?

개놈이 아니지. 우리 세상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거라고 하셨네.

어떤가. 자네 귀한 재주를 우리와 함께 써 볼 궁량이 있는가?

 

업복이 쉽게 대답을 못한다.

모두의 눈길이 업복에게 집중되어 부담되는데,

 

업복이 그러니까,

끝봉이 !

 

끝봉이가 날랜 동작으로 들창문 밖으로 나가고, 머슴들은 창포검을 빼드는데, 잠시 후 문 밖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더니 문이 열리고 끝봉이가 홍춘이를 끌고 들어온다.

 

끝봉이 이것이 다 엿듣고 있었수.

개놈이 홍춘이 아니냐.

홍춘 할배...

끝봉이 어디까지 들었니.

홍춘 ...전부 다 들었지요. 양반을 죽이고 세상을 뒤집자는..

개놈이 어허~

홍춘 궁궐에 들어가서 임금도 죽이자고...

개놈이 (더 크게) 어허~

끝봉이 기밀이 새나갔으니 어쩔 수 없수. 죽입시다.

머슴들 죽여야지.

홍춘 잠깐만요. 나두 당에 끼워주세요.

끝봉이 계집년이 무슨 일을 한다고.

홍춘 할배. 무슨 일이라도 할게요. 저도 끼워 주세요.

개놈이 여자가 낄 일이 아니다.

홍춘 사람이 하는 일에 왜 여자는 안 된다는 겁니까. 여자는 사람이 아니란 말이요.

개놈이 (끝봉이에게) 데리구 나가... 햇빛 잘 드는데 묻어줘라.

홍춘 할배.

 

끝봉이가 홍춘이 입을 막으며 끌고 나가면, 머슴 두엇이 따라 일어선다.

업복이는 홍춘의 뺨에 새긴 노비 문신을 본다.

 

업복이 끼웁시다.

 

홍춘을 끌고나가던 끝봉이가 멈춘다. 모두 업복이를 바라보면

 

업복이 저 애도 종년인데 우리랑 다를 게 뭐 있대요. 당에 들어오면 뭐래도 할 일이 없겠어요? (개놈이 난감한 표정이면) 나도 열심히 할거래요.

개놈이 업복아.

업복이 갓 쓴 것들은 대가빠리건 염통이건 싹 다 콩알 멕여 줄 테니까, 저 애도 우리 당에 끼우래요.

 

개놈이가 어쩌지 못하고 홍춘과 업복이를 번갈아 본다.

 

업복이 (총을 집어들며) 젤 첨에 죽일 놈이 누구래요?

 

업복이가 심지 구멍과 총열 등을 익숙하게 점검한다.

 

저자거리 /

인적 없는 저자를 나란히 걸어가는 업복이랑 홍춘이.

 

홍춘이 아까는 고마웠어요.

업복이 너는 겁도 없나?

홍춘이 겁내고 조심해 산다고 종년 신세 어디 가나요?

업복이 방구들에 가만 있으라니. 암만 봐도 여자가 낄 일은 아니야.

홍춘이 호호... 누가 날 여자로 보기나 하나요?

얼굴 이렇게 되니 다들 짐승보다 더 흉하게 바라보지요.

하긴, 종년 얼굴 고와봐야 신세만 더 험난하겠지만요.

쓸쓸히 웃는 홍춘. 달빛에 비친 얼굴이 곱지만, 문신은 그만큼 흉측해 보인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주막 봉노 /

유지 등이 불을 밝게 밝히고 있고, 봉놋방에는 각종 인간들이 모여있다.

두세 명은 잠들어있고, 서너 명은 투전을 벌이고, 너댓 명은 구경을 한다.

문이 열리며 넉살 좋게 생긴 보부상 두 명이 들어온다.

 

보부상1 실례허우, 끼어 앉읍시다.

손님1 어서오우. 들어 앉읍시다.

 

봉노가 꽉 차있지만 조금씩 당겨 자리를 만들어주는데, 제일 끝에서 잠든 척 누워있는 혜원이 놀라 더욱 벽에 바짝 붙는다.

혜원에게 몸을 밀착하며 자리를 내주던 남자(손님2)가 고개만 바짝 들고 신경질 묻은 소리를 내지른다.

 

손님2 이봐 주모, 봉노 터지겄어. 사람 그만 들여.

보부상1 봉노가 터져야 맛이지 혼자 널찍하게 자면 무슨 재미요.

대신 우리가 술 한 동이 내지. 어찌, 추렴들 해서 닭 두어 마리 잡을 테요?

손님2 (벌떡 일어서며) 앗따 그 사람들, 봉놋방 재미를 아는 사람들일세.

닭다리 한쪽 값은 내가 내지. 어이들, 투전판 걷고 술이나 풉시다.

손님1 그러지 뭐. 본전 찾을라다가 업은 애기 환갑 보겄어.

다들 주머니를 터는데 혜원은 못들은 척 잠들어 있다.

누군가 혜원을 흔들어 깨운다. 깜짝 놀라 일어나면,

 

손님2 한푼 씩 냅시다. 긴긴 밤 계집도 없이 심심한데 술추렴이나 해야지.

혜원 저는... 고뿔이 들어서... 술은...

 

모두 치사하게 너만 빠질라구?’ 하는 눈으로 혜원을 바라본다.

혜원이 눈길을 피하며 얼른 돈을 낸다.

보부상1이 고개를 갸우뚱 하면서 혜원을 바라본다.

 

여각 : 대길의 숙소 /

잠자리에 누워 눈을 말똥말똥 뜨고 있는 대길, 최장군, 왕손이 얼굴이 차례로 지나간다.

방구석에는 이불 홑청이 커튼처럼 걸려있고 그 너머에 설화가 편한 자세로 잠들어 있다.

왕손이가 눈치를 보다가 일어나려 하는데 대길과 최장군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바라본다. 아닌 척 다시 자리에 눕는 왕손이.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들린다.

 

주막 봉노 /

사람들 중간에 술동이가 있고, 손님들은 표주박으로 술을 떠서 돌아가며 한잔씩 마신다.

현대식으로 보면 파도타기다.

술동이 양쪽으로 닭백숙이 한 마리씩 있는데, 그것도 대충 손으로 집어 먹는 분위기다.

남자들끼리니 음담패설이 한창인데, 그 사이에 끼어 앉은 혜원은 영 죽을 맛이다.

 

보부상1 그래서 잠자리 속날개 같은 속곳을 싸아아~악 끌러내리는데,

일단 그 얘기는 쫌있다 하고, 내가 어떻게 그 계집 방에 들어갔냐~ 하면,

손님1 ~ 참 그 양반. 얘기가 앞으로 나가야지 왜 뒤로 돌아와.

일단 속곳 내렸으면 이불 속 얘기를 해야지.

손님2 공자님 말씀이네. 그래, 그 계집 요본과 감창은 어땠수?

보부상1 크하! 내 계집질 십수 년에 그런 호시는 또 처음 아니었수.

손님1 아이구~

보부상1 허리를 흔드는 모양세가, (엉거주춤 일어나 허리 흔들며) 처음에는 호미질 하는 년같이 들썩거리더니, 나중에는 맷돌 돌리듯이,

손님1 (좋아죽는다) 아이구야~

보부상 감창소리도 보통이 아닌게, 시작할 때는 모기 날개 짓 같이 애~, ~앵 거리더니, 나중에는 암소 배앓이 하듯 으어엉~ 으어엉~

손님1 어히구야~ 나 죽겠다~

 

손님1이 사타구니를 싸쥐고 뒤로 넘어진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보고 낄낄거리는데... 혜원이 얼굴로 표주박이 불쑥 들어온다.

 

혜원 저는 술을...

손님2 앗따, 원래 같은 술잔에 입 대고 먹는 게 봉놋방 정 아니우. 쭉 드시고 옆으로 돌리시우.

 

혜원이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술을 넘기고는 옆 사람에게 표주박을 돌린다.

건너편에 앉은 보부상1이 음흉한 눈길로 혜원을 바라본다.

보부상2를 쿡 찔러 혜원을 턱짓하는 보부상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