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대사집

드라마 사극 연기 연습 ] 추노 2화 대본 11~15페이지

우뢋챠 2017. 4. 30.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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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양관, 소현 집무실 밖 /

집무실 호위를 하는 송태하와 용이의 부하들.

송태하 옆으로 일섬과 십여 명의 부하들, 용이 옆으로도 십여 명의 부하들이 도열해 있다.

용이가 송태하를 힐끔 바라보는데, 송태하는 미동도 않고 장승처럼 한 곳만 응시하고 있다.

 

소현의 집무실 /

술에 취한 소현이 몸을 흔들거리며 상석에 앉아있고, 태하가 비껴 앉아있다.

잔이 비었지만 송태하는 술을 따르지 않자 소현이 자작을 한다.

 

송태하 적장과 바둑을 두시고, 천주학을 설파하는 서양 오랑캐와 교류하시는 것도 모자라 밤마다 술로 지새우시니 어찌 장래를 준비하시렵니까.

소현 내가 준비해야 하는 장래가 뭔가. 어디 얘기 좀 들어보세.

송태하 잊으셨습니까. 청을 도모하고 치욕의 역사를 다시 쓰자 하지 않으셨습니다.

소현 그래... 그랬지... 하면, 청과 전쟁이라도 벌여볼까?

창검을 치켜들고 대륙을 정벌해 보겠나? 우리에게 그럴 힘이라도 있나?

송태하 전쟁은 힘으로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전쟁은 머리와 가슴으로 하는 것입니다.

소현 조선에 그런 지혜와 용기가 남아있기라도 한지 모르겠네.

송태하 절망은 이릅니다 저하.

소현 이보게... 나는 청나라가 무섭네.

송태하 저하!

소현 아니, 군왕이신 아바마마와 그 아래 중신들이 더 무서워.

청이 광야를 달리는 말과 같다면 조선은 우물 안의 개구리와 다를 바가 없어.

조선도 이제 대문을 열고 넓은 세계를 품에 안아야 하네.

수많은 나라에 사신을 보내고, 그 나라의 문물을 받아들여야 될 것이야.

그렇지 않으면 언제 또다시 강대국의 먹이로 전락할지 모르네.

송태하 ...청을 따르겠다는 뜻이옵니까?

소현 따르는 게 아니라 배우는 거지. 청나라를 배우는 것이 청나라를 이기는 길이야.

송태하 청이 각국의 문물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은 그들의 역사가 천박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가꾸고 일구어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무작정 남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 아닙니까.

정녕 그 길을 가신다 하시면 조정에서 세자저하의 음해세력만 키우는 것이 될겁니다.

소현 눈을 크게 뜨고 멀리 보게. 세상에는 조선만 있는 게 아냐.

군사는 한 나를 지킬만하면 요족하지만 문물은 세계를 덮을 만큼 광대해야 하네.

(술잔을 내민다) 한 잔 주게... 친구.

 

자조적인 웃음과 함께 술잔을 내미는 소현.

 

서삼릉 /

송태하 저하... 황망 중에 오느라 술 한 잔 올리지 못하는 불충을 용서하십시오.

 

송태하가 무릎을 손으로 잡초를 뜯고 있다.

 

훈련원 마방 /

엄복동 이하 관노들이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의자에 묶여있고, 노비마다 무사들이 한명 씩 붙어 서있다.

그들 옆에는 화로에 담긴 인두가 벌겋게 달아올라있고, 황철웅이 직접 추국을 하고 있다.

 

황철웅 송태하는 어디로 갔는가.

복동 북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동으로 간다고 했습니다요.

황철웅 이번 탈출은 진정 송태하가 작당 했는가.

복동 그러믄입쇼. 자는데 갑자기 일으키더니 무작정 끌고 나왔습니다요.

안 따라오면 죽인다고 윽박질러 어쩔 수 없었습니다요. 부디 제발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 주십시오.

황철웅 그 놈이 다리를 절지 않는 것이 확실한가.

복동 그렇습니다요. 저희들도 감쪽같이 속고 있었습니다요.

황철웅 (장교에게) 급주를 놓아 송태하의 용모파기를 돌려라. 훈련원의 명예가 걸린 일이니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그리고 저것들은 눈을 하나씩 뽑아 난동에 대한 모범을 보여라.

복동 아이구 나리, 장군님, 제발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십시오 제발...

 

무사들이 관노의 상투를 잡아 고개를 뒤로 젖힌 다음 빨갛게 달아있는 인두를 집어 든다. 관노들의 겁에 질린 울음과 사정 소리가 격하게 커진다.

암전... 그리고 관노들의 비명소리.

 

산 속 /

업복이 도끼로 나무 둥치를 치고 있다.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아 동작이 굼뜨고, 얼굴 피딱지 아래로 거뭇한 노비 문신이 보인다.

자기 얼굴을 만져보는 업복이... 다시 도끼질을 하려는데

 

홍춘(OS) 저기요... 여봐요.

 

업복이 바라보면 홍춘이 나물바구니를 들고 서있다.

홍춘과 업복의 얼굴에 박힌 문신이 한 화면에 담긴다.

 

홍춘 벌써 그렇게 움직여도 되셔요?

업복 까짓 몽둥이 몇 대 맞은 거 가지구...

홍춘 조반은 자셨어요?

업복 일도 안하는 놈 밥 줄 리 있대? 나물 캘 때 조심해라. 여기 멧돼지가 우글우글하니.

홍춘 (풋 웃고는 업복이 말투 흉내 내며) 알았드래요~

업복 새살까지 말고 가던 길이나 가라니. (다시 도끼 드는데)

홍춘 저기요... 수자리 김창봉댁 상노 할배 아시죠?

업복 누구? 개놈이 아저씨?

홍춘 . 운기 할 수 있으면 이경 무렵에 안골 끝봉이 아저씨네서 새끼나 꼬자는데요?

업복 에이~ 종살이 수삼년에 밤잠 잘 날 없다더니...

 

손바닥에 침을 퉤! 뱉고 도끼질을 시작하는 업복이.

끝춘이는 내려가지 않고 그 주위에서 나물을 뜯기 시작한다.

 

업복 왜 안내려가?

홍춘 (또 흉내) 멧돼지가 우글우글 하다니? 이따 같이 내려가드래요.

 

청초하게 웃고 다시 나물을 뜯는 홍춘이.

업복이가 홍춘이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 다시 도끼질을 한다.

산을 울리는 도끼소리.

 

서삼릉 /

송태하가 깜짝 놀라 눈을 뜬다.

일어나는 동시에 긴장하고 사방을 살피는데, 서삼릉인 것을 확인하고 안심을 한다.

어지럽던 묘는 밤새 잡풀을 제거해 깨끗하게 변했다.

어깨에 통증이 오는지 부여잡고 잠깐 인상을 쓰더니 묘에 절을 한다.

 

송태하 저하... 근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인사를 마치고도 차마 묘를 떠나지 못하는 송태하.

 

좌의정 집무실 /

이경석과 박종수이 앉아있다.

다급한 박종수과는 달리 이경석은 평정심을 유지한 채 장계 등을 읽고 있다.

 

박종수 송태하가 탈출했다 합니다.

이경석 알고 있네.

박종수 다리를 절지 않았다 합니다.

이경석 알고 있다니까.

박종수 그간 눈속임을 한 것에는 다른 연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당장 좌우포청의 모든 군사를 동원해 잡아들이라 명하겠습니다.

이경석 (장계 접고 마뜩찮은 눈으로 바라본다) 일희일비 하지 말게나. 무릇 정치를 하려면 가슴엔 불이 일어도 언행은 물과 같아야 하거늘.

박종수 위험한 놈입니다. 좌시할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이경석 일개 노비 문제야. 조정의 중신들이 낄 문제도 아니고 끼어들어서도 아니되지.

추쇄야 추쇄도감에서 알아서 할 것이거늘.

박종수 어찌 이리 태평하십니까.

이경석 그대 눈에는 내가 태평하게 보이시나?

 

싸늘한 이경석의 웃음... 박종수가 그 기에 눌린다.

 

이경석 나무를 얻으려 고생하지 말고 숲을 가지려 애쓰시게.

그러면 나무야 저절로 들어오는 것이니.

(다시 문서 펼치며) 훈련원 판관 황철웅을 파직하고 형조 옥에 하옥토록 하게.

박종수 (놀란다) 대감! 그는 우리사람이기 전에 대감의 사위되는 사람이 아닙니까.

이경석 나랏일을 하는데 잘못이 있으면 사위 아니라 아들이라 할지라도 죄를 물어야지.

박종수 아니 될 말씀입니다 대감.

이경석 그럼, 자네가 대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는가?

 

알듯 모를 듯 잔인한 미소를 짓는 이경석.

박종수 가슴이 섬뜩해 얼른 시선을 돌린다.

 

훈련원 /

박종수가 등청에 올라 교지를 읽고, 마당에는 황철웅이 서있다.

황철웅 뒤로 붉은 군복은 입은 사령 둘이 장승처럼 서있다.

 

박종수 훈련원이란 군사의 무재를 시행하고 무예를 연마시키며 무경을 습독하는 일을 관장함에, 금번의 관노 집단 탈출은 위로는 주상께 커다란 불충이요, 아래로는 만백성에게 위엄을 잃은 중차대한 사안이다.

이는 평소 직무에 태만하여 사전에 방비하지 못한 것이 연유고, 사후 방책에도 소홀하여 추쇄에 실패하였으니 그 죄가 크다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에 훈련원 판관 종4품 황철웅은 그 직위를 파직하고 책임을 물어 하옥한다.

쏘는 눈으로 박종수을 노려보는 황철웅.

붉은 군복 둘이 황철웅의 팔을 잡아 연행하려 하자,

 

황철웅 놔라. (서슬푸른 말에 군복들 물러서자) 누구의 명입니까.

박종수 일단 그리 하게. 나중에 조용해지면 방면되지 않겠나.

황철웅 관노가 도망치는 것은 병가의 상사거늘, 어찌 중죄로 몰아가시옵니까.

박종수 이미 교지가 떨어진 것이니 어쩔 수 없네.

황철웅 교지라니요. 누가 있어 이토록 사소한 일로 훈련원 판관을 파직할 수 있단 말입니까.

내 지금 당장 좌의정 대감을 만나보겠습니다.

박종수 그 분의 명일세.

황철웅 무슨 말씀이십니까.

박종수 좌상께서 내리신 명이란 말일세...

(황철웅 충격 받은 얼굴이면) 비록 자네가 사위라 하나 나랏일에 사사로운 정을 두지 않겠다 하셨네. 조용히 뜻을 따르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표정이다가, 분노한 얼굴이었다가... 결국 전립을 벗는다.

땅에 하나씩 떨어지는 전립, 등채, 구군복과 동달이.

 

훈련원 입구 /

붉은 군복이 전후로 호위를 하고 동저고리 차림의 황철웅이 오라에 묵여 끌려간다. 훈련원 대장으로서의 위용은 어디 가고 비참한 몰골이다.

훈련원 무사들은 웅성거리기만 할 뿐 누구 하나 그 앞길을 막는 사람이 없다.

훈련원 문을 벗어나난 후 걸음을 멈추고 돌아서는 황철웅.

훈련원 건물이 위용을 자랑하며 우뚝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