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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용 블로그

본 대본의 저작권은 KBS 사극 드라마 추노에 있으며 저작권 문제시 본 포스팅은 수정 및 삭제 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형조 감옥 /

동칸, 서칸으로 나뉜 옥에는 온갖 잡범들이 득시글거리고 있다.

세수들을 안했으니 모두 얼굴에 때가 가득하고, 옷 역시 거지꼴이다.

옥사 문이 열리고 황철웅이 들어온다.

옥사 문에 서서 내부를 둘러보는 황철웅.

바닥은 지푸라기 하나 없는 맨땅바닥인데, 그래도 상좌에는 널빤지가 깔려있어 우락부락한 놈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있다.

거뭇한 얼굴의 죄수들이 눈을 반짝이며 황철웅을 바라본다.

 

죄인1 상좌어른. 신참 들어왔는뎁쇼?

상좌 신참례를 받아야지. 꿇려라.

죄인1 꿇리랍신다아~

 

죄인 하나가 일어서 황철웅의 어깨를 잡아 누른다.

꿈쩍도 하지 않자 오금도 지르고 여기저기 쥐어박아 보지만 태산처럼 서있는 황철웅.

 

황철웅 (상좌에게) 니놈이 상좌냐?

상좌 (죄인1에게) 무엄하도다. 매우 쳐라.

죄인1 매우 치랍신다아~

 

죄인들이 우르르 일어서 황철웅에게 덤벼드는데, 모두 주먹 한 번, 발길질 한번에 나가 떨어진다.

죄인1은 무서워 꿈쩍도 못하지만, 상좌는 전혀 긴장된 표정 없이 목관절을 꺾으며 일어선다.

 

상좌 간만에 왈왈이가 한 마리 들어왔구나. 내 오늘 형조 옥사의 매운 맛을...

(! 얻어맞고 넘어졌다가 일어나며) 이놈이 간뎅이가 배 밖으로 튀어나와...

(! 또 얻어맞고 넘어졌다 벌떡 일어서) 이런 씹어죽일..

 

말도 마치지 못하고 황철웅의 주먹을 맞고 다시 넘어지는 상좌.

Cut to

 

황철웅이 상좌에 앉아있고, 그 아래로 죄인들이 서열을 지어 조용히 무릎을 꿇고 있다.

흥겨운 장구 소리와 비파 소리 들린다.

 

저자거리 A / 저녁

사당패들이 연희를 하고 있다.

인물이 안 되는 여사당들은 풍물을 잡고, 교태기가 가득한 사당들 너댓 명은 열을 맞춰 흥겹게 진도아리랑을 부른다.

 

<노래> 진도아리랑

저기 있는 저 가시나 가슴팍을 보아라 넝쿨 없는 호박이 두 덩이나 달렸네

저 건너 저 가시나 눈매를 보아라 가마 타고 시집가기 영 틀렸네

섣달 열흘이 가뭄이 들어도 큰 애기 궁둥이에는 생수가 난다

 

우리 집 서방님은 명태 잡이 갔는데 바람아 불어라 석 달 열흘만 불어라

앞산의 딱따구리는 참나무 구멍도 뚫는데 우리집 멍텅구리는 뚫린 구멍도 못찾네

울타리 밑에서 깔 비는 총각 눈치만 빠르거든 나를 따라 오너라

 

아리아리랑 쓰리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아리랑 응응응 아라리가 났네.

 

사당들의 노래 가락은 흥겹고, 구름처럼 몰려 구경하는 남정네는 즐겁다.

대길 일행과 마의, 주모 까지 모두 나와 구경을 하고 있다.

17~8세 가량의 앳된 사당 설화가 해금을 등에 메고 나비처럼 춤을 추며 걸어와 사뿐 앉더니 치마폭을 넓게 펼친다.

그 안에 엽전을 집어던지는 사람들.

꽃에 나비가 앉듯 나풀거리며 군중들 앞으로 돌면 치마에 엽전이 수북하다.

 

하지만 저자의 난봉꾼들이란 엽전 하나도 그냥 내주지 않는다.

왕손이가 입에 엽전을 입에 물자 주위 남자들이 덩달아 엽전을 문다.

설화가 귀엽게 눈을 흘기더니 입에 문 엽전을 입으로 받아낸다.

 

드디어 왕손이 차례.

설화가 엽전을 물어가려 하자 왕손이는 부러 꽉 물고 놓지 않는다.

몇 번 빼려고 힘을 주는 사이에 입술이 부딪치고, 설화는 손을 뻗어 왕손이 옆구리를 간지럽힌다.

에헤헤~ 웃는 사이 입이 벌어지고 설화는 엽전을 물고 살포시 날아간다.

 

좋아 죽는 왕손이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최장군과 대길.

대길이 왕손이에게 꿀밤을 주고 돌아선다.

 

저자거리 B / 저녁

사당패 연회에 사람들이 가득해서 저자는 모처럼 한가하다.

대길이 걸어가며 등에서 ) 모양으로 휜 강궁을 꺼낸다.

곡선의 반대 방향으로 다시 휘어 능숙하게 줄을 걸면 애기활 모습을 갖춘다.

최장군이 군중들 틈에서 대길을 바라본다.

 

기와집 / 저녁

세 칸짜리 포실한 기와집 마당에 평상이 깔려있고 천지호 일당 네명이 골패를 주무르고 있다.

 

만득이 끗발도 안오르는데, 사당 놀이나 보러 갑시다.

천지호 노래하는 거 봐야 목마른데 소금물 마시기여. 사당 오입을 가야 꿀맛이지.

만득이 벌이가 있어야 해우채라도 내지.

천지호 쉰 소리 그만 하고 돈이나 태워.

만득이 그나저나 대길놈이 가만있을까요?

천지호 가만있으나 안 있으나 그 놈은 내 손에 죽을 놈이야.

 

말이 마치자마자 화살이 날아와 천지호의 상투에 꿰인다.

천지호 빼고는 모두 놀란다.

천지호가 자기 상투를 만져보고 그때서야 놀라 앉은걸음으로 물러서는데, 다시 화살이 날아와 사타구니를 스쳐 평상 바닥에 박힌다.

평상 아래로 떨어져 바라보면, 대길이가 문 앞에서 또 화살을 재이고 있다.

 

천지호 , , , , 대길아.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

나머지는 도망가고 천지호는 마루 위로 올라가는데, 화살이 날아와 벽에 박힌다.

뒷걸음을 치는 천지호. 하지만 벽이 막고 있다.

 

천지호 , , 대길아, , 너 왜 그래? ? 나 언니야 이눔아.

대길 거지끼리도 동냥 바가지는 안 깨는 법인데, 언니가 나한테 그럴 수 있수?

천지호 우리 바닥이 먼저 잡는 놈이 임자지, 고만 일 가지고 속 좁게 이러긴가? ?

 

나름 설득하려는 천지호. 만득이는 틈을 타서 담을 넘어 도망간다.

대길은 더 들을 필요도 없다는 듯 활시위를 놓는다.

눈을 질끈 감는 천지호.

 

푸줏간 / 저녁

건장한 남자들이 윗통을 벗고 고기를 잘라내고 있다.

동물 피와 땀이 뒤범벅되어 번들거리는 몸에 팽팽한 근육들이 장하다.

만득이가 허겁지겁 들어와 소리를 지른다.

 

만득이 야들아, 클났다, 클났어. 울 언니 죽는다~

(칼질 멈추고 바라보면) 빨리들 뛰어! 우리 언니 죽게 생겼어.

 

백정들이 저마다 칼을 쥐고 떨쳐 일어선다.

 

기와집 / 저녁

벽에 붙어 서있는 천지호. 몸의 윤곽을 따라 화살이 빼곡하게 박혀있다.

 

천지호 , 대길아. 안 하려고 했는데 오포교가 통 사정을 해서...

대길 움직이지 마. 잘 맞으면 고자 되니까.

 

다시 화살이 날아와 사타구니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벽에 박힌다.

 

천지호 (버럭) 동업자끼리 진짜 이럴 거야?

대길 오는 방망이에 가는 홍두깨여.

 

더 이상 화살이 없다. 대길이 애기활을 풀며,

 

대길 언니, 나 가우. 평안 허시우~

 

기와집 밖 / 저녁

대문을 나서던 대길이 놀라 걸음을 멈춘다.

최장군은 한차례 싸움을 한 듯 입가에 피가 묻어있고 옷 여기저기가 찢어졌다.

최장군이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퉁을 놓는다.

 

최장군 거 성질 좀 죽이라니까. 저자거리 싸움은 뒤끝 가지는 게 아니야.

 

돌아서는 최장군 뒤로 만득이와 백정들이 쓰러져 있고 사방에 살벌한 칼들이 흩어져 있다.

 

형조 감옥 /

감옥 입구에 서있는 이경석.

멀리 상좌 자리를 차지하고 꼿꼿하게 앉아있는 황철웅을 본다.

간살 안에 황철웅은 눈만 번뜩이며 미동도 없이 앉아있다.

황철웅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이경석과 시선이 부딪치는 황철웅.

서로 눈싸움을 하듯 바라보다가 이경석이 먼저 시선을 거두고 돌아선다.

이경석 입가에 알 수 없는 미소가 인다.

 

주막 /

평상과 술청에 남정네들이 가득하다.

봉노마다 덩치 좋은 거사가 문을 지키고 서있는데, 뒤로 남정네들이 길게 줄을 서있다.

갓 쓴 양반은 하나도 없고 양인에 중인에 상놈과 머슴 등 온갖 천예들뿐인데, 손마다 해우채 대신으로 들고 온 살아있는 닭, 계란 꾸러미, 고기 말린 것, 무명 등이 묵직하다.

 

거사1이 지키는 방문 열리며 남자 하나가 헤벌쭉한 얼굴로 바지끈을 추스르며 나온다.

기다리던 실눈 남자가 거사1에게 무명 끝동을 안겨주고 들어가려는데,

 

거사1 (실눈 막으며) 에헤! 좀 더 내셔야지. 날로 드시려고 하면 쓰나.

실눈 무명 두 발이면 장하지 뭘 더 달라는 게야?

거사1 두 발은 무슨. (무명 쫙 풀어보고는) 딱 봐도 한 발짜린데.

실눈 (진짜 한발짜리 무명이지만 우겨본다) 거 잘 재봐. 두 발은 나온다니까.

거사1 (무명 돌려주며) 가쇼.

실눈 에이 참, , 사정 좀 봐 주쇼.

거사1 (눈 부라리며) 쓰읍!

 

그 때, 머슴1이 거사1에게 다가와 은근히 물어본다.

 

머슴1 아까 가운데서 창 하던 해끔한 사당애는 어느 방이우?

거사1 (턱짓으로) 저 끝 방이우. 가 줄 서슈.

 

머슴1 바라보면 끝 방 줄이 제일 길다.

인상을 쓰며 그 줄로 합류하면, 실눈이 눈치를 보다가 품에서 비녀 꺼내 무명에 보탠다.

 

실눈 , 큰 인심 한 번 쓰지 뭐.

거사1 백동 비년데?

실눈 눈에 백태가 꼈나. 잘 봐. 은이 반남아 섞인 거니까.

 

거사1이 미심쩍은 눈으로 바라보더니 이내 마음을 잡은 듯 문을 두드린다.

 

거사1 , 설화야. 손님 모셔라.

무명 한발에 백동비녀 하나니까 빨리 끝내야 된다~

 

실눈이 눈을 흘기며 방문을 열더니 멈칫한다.

 

실눈 이런 씨!

(거사 멱살 잡으며) 이런 개아들놈이, 사당 오입에 사기를 쳐?

 

거사1이 불길한 예감에 실눈 밀치며 방문을 활짝 열면, 방은 비어있고 들창문만 활짝 열려있다. 거사1이 술청에 대고 소리를 지른다.

 

거사1 애기 샜다~

술청에서 여남은 명의 남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선다.

봉노마다 문이 열리며 저고리를 벗은 사당들이 일제히 고개를 내민다.

 

여각 뒷마당 /

말 짐을 챙기는 대길과 최장군.

왕손이는 양 손에 짐을 잔뜩 들고 영 불만스러운 얼굴이다.

 

왕손이 사당패 왔는데 좀 놉시다. 예에?

(아무도 대답 없으면) 낼 아침에 갑시다. 예에?

(대길과 최장군에게 번갈아 통사정하며) 언니, 언니, 이보 언니...

대길 새살까지 말고 빨리 노구랑 쌀 챙겨.

왕손이 진짜 이러기유?

대길 한 번 추노에 은자 닷근짜리다. 이번에는 닷근 전부 풀지.

왕손이 , 진짜, 아이 씨... 사당패 왔는데... 에이 씨...

 

돈 얘기에 할 수 없이 투덜거리며 짐을 챙기는 왕손이.

노구를 챙겨오는데, 아무리 봐도 말이 두 필 뿐이다.

 

왕손이 ? 내 말 어디 갔수?

 

최장군과 대길이가 눈을 마주친다.

 

[인서트]

131. 산 속. 은실이와 애꾸를 구해주고 나서

대길 말은 산 넘어 해지점 주막에 맡기면 될 것이다.

 

대길이 모른 척 외면하면,

 

최장군 산 넘어 해지점 주막에 있을 거다. 가서 찾아 와.

왕손이 (삐졌다) 아 씨, 진짜. 왜 내 말이 거기 가 있어? 거기까지 언제 갔다 와?

대길 (말 끌고 나서며) 싫으면 걸어오던지.

왕손이 (소리 지른다) 언니!

 

대길이 막 여각 중문 앞에 다다랐는데, 갑자기 사당 설화가 문을 박차고 들어온다.

대길 일행과 말들이 모두 놀라는데, 설화는 대뜸,

 

설화 , 니들. 나 봤다고 하면 죽을 줄 알어. 알았지?

 

대답도 듣지 않고 대길네 방으로 쑥 들어가는 설화.

모두 황당해 하는데 방문이 다시 열리더니,

 

설화 나 숨겨주면 이따가 하룻밤 씩 옷고름 풀어줄게. 사정 좀 봐 주우.

 

다시 방문이 닫힌다. 어리둥절해서 서로 바라보는데, 중문으로 덩치 좋은 거사들 열댓 명이 쏟아져 들어온다.

 

거사1 여기 혹시 애사당 하나 안 들어왔수?

왕손이 ...(눈치 보다가) 아무도 안 들어 왔는데?

최장군 우리 밖에... 없는데...

대길 (최장군과 왕손 타박한다) 에이, 왜들 이래? 애타게 찾는데 그렇게 말 돌리면 쓰나.

쫌 전에 해끔하게 생긴 사당 하나 들어왔잖아.

거사1 그렇지! 사람 참 경우 발라서 좋수다. 어딨수?

대길 쉰 냥 내슈.

거사1 뭐요?

대길 오가는 정이 있지, 맨 입에 얘기해줄 수 있나.

거사1 행중에 도망친 년 숨겨놓고 돈 울궈먹을 참이여?

대길 좋수다. 그냥 찾아줄 수도 있지. 대신, (혜원이 용모화를 꺼내 보여준다)

이 여인을 아시우? 댁네야 팔도를 돌아다니니 혹시 봤을 법도 한데.

거사1 (용모화 받아 집어던지며) 어서 굴러먹는 년인지 알게 뭐야. (일행에게) , 뒤져!

 

거사패들이 집뒤짐을 하려 하자 왕손이가 슬쩍 딴죽을 걸어 한 놈을 넘어뜨린다.

 

거사 이 놈 봐라? 에라잇~

 

왕손이에게 무턱대고 덤벼드는 거사. 다른 거사들도 최장군과 대길에게 덤벼든다.

거사들은 노중에서 잔뼈가 굵은지라, 싸움에 격식은 없고 악과 깡만이 가득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 제압당하고 서로 부축해 도망가는데, 독기 서린 말 하나는 남겨둔다.

 

거사 이놈들, 노중에서 만나면 아주 갈아 마실 줄 알아라~

대길 쉰 냥 주면 내준다니까!

거사 (OS) 에라이 똥물에 튀겨먹을 놈들아~

왕손이 언니. 진짜 쉰 냥 주면 내줄 참이었수?

대길 당연하지.

설화 (방문 열며) 갔어?